
이번달 강원특별자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단어는 '협의'가 아닐까 싶다. 둘 이상의 사람이 서로 협력해 의논한다는 의미로 어려운 말도 아니다. 사람을 넘어 기관·단체 등 폭 넓은 분야의 개체들이 협의를 통해 무언갈 만들거나 없애기도 한다. 말로는 쉽지만 협의에 이르기까지는 사실 넘을 고개는 참 많다. 9월 키워드를 개인적으로나마 '협의'로 잡은 이유는 우리 주변에서 협의는 둘째 치고 삐걱거리는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강원특별자치도의회 제340회 임시회 3일 차였던 지난 11일 각 상임위원장들은 모든 의사 일정을 마치고 예정에 없던 도의장 주재의 긴급 회의에 들어갔다. 고은리 행정복합타운 개발사업 문제로 빚어진 강원자치도와 춘천시간 갈등이 도의회에까지 이르른 탓이다. 앞서 10일 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강원도가 춘천·양양 도유지 일부를 현물출자해 고은리 시행주체인 강원개발공사 자본금에 편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사채를 발행, 사업비를 충당하겠다는 '2025년도 제3차 수시분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원안 가결했다. 하지만 같은 날 춘천시가 강개공의 두 번째 사업계획 보완서를 반려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도의회는 현물출자건에 대한 '부결 압박'이자 심의 의결권을 침해하는 처사라는 질타를 쏟아냈다.
다만 춘천시 입장이 무작정 틀리다고 볼 수도 없다. 4,700세대에 달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생길 경우 발생할 교통·용수 문제부터 도청 이전 후 남겨질 원도심 주변의 피해 우려 등을 강원도의 보다 철저한 계획으로 상쇄하고자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강원도 역시 시의 요청에 부합하기 위한 수차례의 수정·보완에도 의견의 차이를 좁히지 못해 사업 지연을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허탈감이 클 것이다. 현재까지 강원도가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혔고, 춘천시는 구성 필요성에 공감대를 느끼지 못한 상황이다.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도회의는 '협의체' 구성을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 고은리 행정복합타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선 소모적인 대립보다는 맞손을 잡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다. 도의회는 주민이 뽑은 의원으로 구성돼 각 자치단체의 중요의사를 심의·결정하며, 지방정부 최고 의사결정 기관으로 지자체의 전반적인 정책을 심의·결정하는 지위를 갖는다. 이를 빗대어 볼 때 현재로서 강원도-춘천시간 갈등을 봉합할 도의회의 역할도 필수적이다.
마찰음은 여전하지만 그에 따른 피로감은 강원도민들이 감당하고 있다. 하물며 도청 이전 유치를 갈망했던 도내 지자체의 한 도의원은 "도와 춘천시의 갈등으로 도민들까지 답답함을 호소하는 상황이라면 도청 신청사 이전과 행정복합타운 개발을 백지화하고 재공모를 하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고 거친 푸념을 내뱉기도 했다. 협의가 늦어질수록 이 같은 혼란과 비난, 고은리 행정복합타운 개발사업 자체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커질 것이 뻔하다.
어찌 됐든 강원도와 춘천시는 한 배를 탄 사이다. 적어도 도청 신청사 이전과 고은리 행정복합타운 개발사업을 두고는 말이다. 두 손도 맞대어야 소리가 난다고 했다. 조금 늦었더라도. 한 테이블에 앉아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놓고 건설적인 협의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