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가뭄 장기화, 재난 대응 넘어 물관리 체계 바꿔야

강릉 이어 삼척·태백·정선 등 강원 남부까지
광동댐 저수율 30%대로 떨어져 ‘비상급수''
댐 유역 유출 구조 다변화로 수자원 확보 시급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을 중심으로 시작된 극심한 가뭄이 삼척, 태백, 정선 등 남부지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두 차례 비가 내렸음에도 올해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가뭄 상황은 ‘관심’ 단계를 넘어 ‘주의’ 단계로 격상됐다. 광동댐 저수율은 17일 현재 36%대로 떨어졌고, 지역 곳곳은 비상급수에 의존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가뭄을 일시적 재난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도의 기후환경 변화에 맞는 지속 가능한 물 관리 체계 구축이 절실한 때다. 현재 강원 남부의 물 부족 상황은 단순히 강우량 감소 때문만이 아니다. 홍수기인 6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광동댐 유역에 내린 비는 224㎜에 불과했다.

이는 평년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게다가 강우량마저 지역 편중이 심해 도내 다른 시·군에는 호우특보가 내려졌음에도 정선, 삼척, 태백 등에는 ‘찔끔 비’에 그쳤다. 지역 간 강수량 격차는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성 집중 강우’의 전형적인 결과이며, 이는 과거의 평균 강수량 위주의 댐 운영과 예측 시스템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저수지와 취수원 고갈로 인한 주민들의 생활권 침해다.

삼척과 정선의 일부 마을은 계곡물과 지하수에 의존하던 소규모 수도시설이 마르면서 478세대 864명을 대상으로 운반급수가 실시되고 있다. 강릉 오봉저수지는 최근 100㎜ 이상의 비가 온 후에도 저수율이 겨우 18%대를 회복했을 뿐이다. 일상 회복은 요원하다. 정부는 운반급수, 제한급수, 생수 지원 등 긴급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응급처치’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장기적인 기후위기 대응 전략이다. 우선, 광동댐과 오봉저수지 등 주요 저수시설의 용수 수급 및 운영 체계를 기후변화에 맞게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강수 예측 시스템의 정밀화를 통해 물 관리의 선제성을 갖추고, 댐 유역의 유출 구조를 다변화해 수자원 확보에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취수원 분산과 지하수 자원의 체계적인 조사·보존이 시급하다. 특정 계곡이나 지하수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위험성이 크다. 중소규모 마을급 수도시설을 중심으로 복수의 취수원을 확보하고,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구분하는 ‘이중 배관 시스템’ 등도 적극 검토해 나가야 할 때다. 여기에다 강원도형 물 절약 문화의 정착이다. 주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절수 캠페인, 실시간 저수율 공개, 물 절약 인센티브 제공 등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 물을 ‘공공재’가 아닌 ‘희소 자원’으로 인식하고 관리하는 전환적 사고가 요청된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막연한 미래의 위험이 아니다. 강원 남부의 가뭄은 기후위기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경고다. 급수를 통해 위기를 넘기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도 전체 물 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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