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 초점]강릉 가뭄, 기후변화 시대의 경고

김규한 가톨릭관동대학교 부총장

강릉은 올해 유례없는 가뭄으로 극심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동해안의 대표 도시 강릉이 이토록 심각한 물 부족 상황을 겪는 것은 단순한 지역적 기상이변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우리의 일상과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재해는 결코 강릉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지역이든 기후변화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기에 선제적 대비가 절실하다.

이번 강릉의 가뭄은 향후 보다 체계적인 물 관리와 장기적 대비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례다. 현재 강릉은 오봉저수지에 의존하고 있어 강우가 없을 경우 물 부족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충분했을 저수용량도, 도시화와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로서 인구와 유동객이 늘어난 지금은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따라서 오봉저수지 준설을 통한 저수능력 확충, 하천 적지에 지하댐 건설, 샌드댐 설치, 도암댐과 강릉수력발전시설을 활용한 용수 확보 등 다각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특히 도암댐 활용 방안은 수질 문제까지 정밀하게 검토한 뒤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비가 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시적 용수 확보가 필요하다. 이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 해수담수화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적으로 앞선 해수담수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실제로 국내에서도 다양한 규모의 플랜트가 가동되거나 건설 중이다. 충남 서산 대산임해산업단지에 조성 중인 대산 해수담수화 시설은 대표적 사례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산업용 담수화 플랜트로 하루 10만 톤의 바닷물을 처리해 공업용수를 공급할 예정이며, 총 2천억 원대 이상의 사업비를 투입해 올해 준공을 목표로 운영 및 관리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대규모 산업단지의 안정적인 물 수급을 담보하는 중요한 인프라가 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부산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을 들 수 있다. 총사업비 약 1,900억여 원을 들여 하루 4만 5천 톤의 바닷물을 담수로 전환해 약 15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수를 공급하도록 설계되어 완공되었지만 인근에 고리원자력발전소가 있다는 이유로 주민 반대에 부딪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는 기술적 타당성이 충분하더라도 사회적 수용성과 입지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강릉은 청장 동해안을 접한 지리적 조건을 고려한다면, 해수담수화 시설을 중장기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적지라 할 수 있다. 관광과 산업 수요가 계절별로 급격히 변하는 강릉에서 안정적 물 공급은 지역민뿐만 아니라 관광객과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수담수화 시설은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고 기후변화에 취약한 영동권 전역의 가뭄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강릉 옥계항 전면 해상은 해상풍력의 적지로 평가된 바 있다. 만약 옥계항 배후단지에 해수담수화 시설을 설치하고, 인근 해역에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여 전력을 공급한다면 담수화 비용은 크게 낮아질 것이다. 에코파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점은 강릉에 주어진 특별한 기회다. 더 나아가 해상풍력단지와 해수담수화 시설의 건설·운영에는 대규모 항만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담수화 시설에서 생산된 잉여 수량을 타 지역에 공급하기 위해서도 항만은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강릉의 상시적 가뭄 대응책은 해수담수화 시설, 해상풍력단지, 스마트 항만 개발이 하나의 패키지로 추진되어야 가능하다. 이번 가뭄은 단순한 기상이변이 아닌 기후위기 시대의 구조적 경고음이다. 강릉이 더 이상 물 부족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실질적인 검토와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이는 위기에 대응하는 단기적 조치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이자 강릉을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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