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를 여행할 때, 진짜 그곳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기차에서 내린 첫 발걸음, 그곳을 담아내는 공간이 여행의 인상을 좌우하기도 한다. 정선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곳, 바로 카페 곤디가 그렇다.
정선군 정선읍 애산리에 자리한 카페 곤디는,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품어내는 특별한 장소다.
정선역 계단 아래 자리해 있어 여행을 시작하는 이들이 자연스레 들르게 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들에게는 포근한 안식처가 된다.
■몽환적인 분위기에 프라이빗한 휴식=카페 내부는 처음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른 세계로 들어온 듯한 기분을 준다. 공간은 분위기를 매개하는 수단이다. 복도를 따라서는 거울이 가득 늘어서 있다. 이렇게 설치된 거울들은 공간을 확장시키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좁은 카페가 단순한 휴식을 넘어, 여행자의 이야기를 품는 순간이다. 사이사이 나뉘어 있는 룸 형태의 좌석은 아늑하고 프라이빗한 휴식을 보장한다.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좋고, 혼자만의 여행자에게는 따뜻한 고요를 선물한다.
야외 테라스로 나가면 정선의 맑은 공기가 가슴 가득 스며든다. 소박하지만 정취 있는 테이블 위로 바람이 머물고, 배경으로는 정선역이 자리한다. 특히 포토존으로 꾸며진 벽화는 실제 풍경과 절묘하게 이어져 있어 ‘인생샷’을 남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현실과 그림이 교차하는 특별한 경험을 나눈다.
■곤드레를 디저트로, 독창적인 메뉴=카페 곤디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정선의 특산물 곤드레를 활용한 독창적인 메뉴다. 주로 밥과 함께 먹는 곤드레의 변신을 관광객들은 어디까지 상상해 봤을까? 곤디에서는 곤드레가 '무한 변신'을 거듭한다. 음료에 들어가는 곤디 슈페너, 곤디 밀크티는 우유의 부드러운 맛에 곤드레 특유의 고소함을 배가한다. 곤드레 치즈케이크와 들깨 치즈케이크는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곤드레 치즈케이크는 아이들까지 사로잡는 메뉴로, 부드럽고 고소한 맛 속에 은은한 초록빛이 감돌아 눈과 입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곤드레 특유의 구수한 풀내음이 치즈의 콤콤함과 만나 한층 더 깊은 달콤함을 선물한다. 한 입 베어 물면 봄날의 들판에 앉아 있는 듯한 싱그러움이 퍼지고, 고소한 풍미가 뒤따라 여행의 피로를 달래준다.
여기에 직접 담근 수제청으로 만든 이색 과일 음료들도 빼놓을 수 없다. 오렌지와 자몽을 섞은 ‘오자몽’, 레몬과 키위의 상큼함이 어우러진 ‘레키위’, 망고와 패션후르츠의 달콤함을 담은 ‘망고페’, 복숭아와 딸기의 향긋한 조합 ‘피치딸’까지. 이름도 재미있지만, 맛은 더 특별하다. '오자몽'은 오렌지가 자몽에 섞이면서 특유의 떫은 맛이 사라져 있고, '레키위'는 새콤한 두 과일의 각기 다른 달콤함이 합쳐져 환상의 하모니를 자랑한다. '망고페'는 패션후르츠 특유의 신 맛이 달콤하게 중화돼 있다. '피치딸'은 봄여름철 대표 과일이 한번에 섞여 달콤함과 향긋함의 향연을 선물한다. 맛과 향, 눈을 동시에 사로잡는 '곤디'의 음료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이 신선한 조합은 곤디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창적인 경험이다.
■카페를 넘어 브랜드 플랫폼으로=카페 곤디의 특별함은 단순히 메뉴에만 있지 않다. 이곳은 청년 창업 시책인 ‘나비캠퍼스’를 졸업한 심현주(여·43) 대표가 2020년에 문을 열며 시작됐다.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그의 도전은 2022년 법인까지 설립하며, 이제 정선을 대표하는 카페로 성장했다. 청년 창업의 성공 사례인 셈이다.
특허까지 받은 곤드레 차 세트와 황기차는 이미 그 맛과 영양을 인정받았으며, 곤드레 치즈케이크는 서울 현대백화점에도 납품될 만큼 상품성까지 확보했다. 정선의 특산품인 곤드레의 매력을 전국으로 실어나르고 있는 셈이다. 곤드레 역시 지역에서 생산된 청정 곤드레의 분말만을 사용해 지역 농가들의 수익을 올려주는데 일조하고 있다. 판로를 고민하는 농가에게도, 지역 특산품의 활용 가능성을 고심하는 지역사회에도 큰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카페 곤디는 단순한 카페를 넘어, 정선의 특산물을 전국으로 알리는 브랜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정선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카페 곤디는 단순한 카페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기차역 바로 앞에서 만나는 편리함, 지역의 정취를 담은 메뉴, 아늑하고 세련된 공간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이곳은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고, 새로운 추억을 더해준다.
심현주대표는 담백하게 말한다. “정선의 곤드레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식재료로 활용되는 날까지 다양한 조리법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정선을 찾은 관광객들이 편하게 쉬고, 추억을 쌓아가는 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선을 여행한다면, 카페 곤디에 들러보길 권한다. 이곳에서의 한 잔의 커피와 한 조각의 케이크는 단순한 맛을 넘어, 여행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는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