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월요칼럼]미국의 AI 전략과 한국의 소버린 AI: 기술 동맹과 자율성의 딜레마

정구연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7월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미국의 AI 행동 계획(America’s AI Action Plan)'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전략으로서, 미국 내 AI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 그리고 동맹국과의 기술 네트워크 확장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정책을 담고 있다. 궁극적으로 미국 중심의 풀스택 AI를 구축하여 이를 동맹국에게 확산, 미국의 AI 글로벌 리더십을 공고화하려 하는데, 이는 곧 동맹국에게 기술적,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미국의 AI 표준·가치·규범을 글로벌 기준으로 확립하려는 의도에 기반한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 미국과의 긴밀한 AI 협력은 우리 기업과 연구자들에게 진일보한 인프라, 데이터, 모델 활용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한국의 AI 생태계가 미국 표준과 풀스택 AI 체제에 종속되어 독자적인 기술주권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기술적 자율성은 단순히 민족주의적 구호가 아닌, 국가안보, 경제 주도권, 데이터 주권과도 직결되는 만큼 우리로서는 결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한미동맹 차원에서의 군사적 AI 협력으로 확장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AI 고속도로’ 구축,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 지원, 거대언어모델 연구개발 및 사업화 지원을 제안하며 AI 생태계 핵심 기술과 기반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취임 직후 AI 정책을 총괄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AI정책수석을 신설하였고, 관련 기구도 출범할 예정이다. 100조 원 넘는 예산을 투입, 국내 데이터와 언어, 규범을 반영하는 독립적 AI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다만 기술 민족주의에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의 자율성과 진정한 기술 동맹, 혁신 국가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많은 도전에 균형감 있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먼저, 미국의 AI 행동 계획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의 AI 동맹’ 체제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 중심의 신속한 표준화, 공급망 재편, 수출통제 조치 이행은 한국이 독자적 AI 생태계와 기술규범을 구축하는 속도와 구축 이후 영향력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미국은 유엔, G7, G20, OECD 등에서 이미 제안된 AI 거버넌스보다 미국적 가치를 반영한 거버넌스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그러한 거버넌스 구축의 원칙으로서 보편적 가치, 문화적 다양성보다 미국적 가치와 효율성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난 8월 5일 중국은 '2025 APEC 글로벌 디지털·AI 포럼'에서 다자주의에 기반한 개방적 AI 협력 정책을 강조하며 미국의 AI 행동 계획을 비판하였고, 자국의 AI 체제 속에 국제사회가 참여하기를 바라는 의도를 보였다.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미중 AI 경쟁의 맥락에서도 전략적 균형감각을 발휘해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소버린 AI 개발 전략은 미국으로의 일방적 종속도, 고립도 아닌, 독자적 혁신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한 형태의 전략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즉 소버린 AI 개발 전략은 한국의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미국과의 공조 아래 표준개발, 글로벌 공급망, 신뢰기반 협력을 강화하며 글로벌 AI 질서 구축에 동참, 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기반하여 한국은 미국과의 기술동맹 강화와 자율성 및 기술 주권 확보를 균형 있게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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