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홍천에 철도를” 간절함이 만든 길, 이제 시작입니다

전명준 용문~홍천 철도 범군민 추진위 초대위원장, 전 홍천군번영회장

오랜 시간 꿈을 품어왔던 용문~홍천 광역철도 사업에 대한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시간이 멀지 않았습니다. 올 연말이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최종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천군민의 간절한 숙원사업이 현실화 되는 그 꿈입니다. 완성의 핵심은 마지막에 있듯이, 그 지난 과정은 이루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인내와의 지루한 싸움이었습니다.

2010년 겨울, “홍천에도 철도를 놓자”는 소망으로 주민들과 뜻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2월, ‘용문~홍천 철도 범군민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그 바람은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 노선은 국가철도망계획에 이름조차 오르지 못했던 ‘없는 길’이었습니다.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꿈같은 일”이라며 고개를 젓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작고 간절한 바람은 군민의 염원으로 자라나 결국 태풍이 되었고, 지금은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국가 정책의 방향까지 움직이게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간절함’ 하나로 버텼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10여 년간 철도유치 추진위원회를 이끌며 가장 자주 들은 말은 “불가능하다”는 말이었습니다. 경제성이 낮아서, 수도권 외곽이라서,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이유로 현실의 벽에 수없이 가로막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만 명이 넘는 서명을 모으고, 수차례 정부 부처를 찾아가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거리에서 캠페인을 펼치고,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에게 지역 공약화를 요구하며 끈질기게 걸어왔습니다.

이 길은 결코 혼자의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철도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는 믿음 아래, 홍천군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걸어온 여정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중요한 문턱 앞에 서 있습니다. ‘용문~홍천선’은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되며 국가사업으로 자리매김했고, 현재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최종 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물론 B/C(비용 대비 편익)는 낮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노선이 가진 정책적 의미와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기여도는 그 어떤 철도보다 분명하고 절실합니다.

수도권 외곽과 강원 내륙을 연결하는 이 철도는 수도권 집중의 부작용을 완화하고, 비수도권과 함께 성장하는 공공 교통망의 획기적 복원이 될 것입니다.

철도는 단지 선로만을 놓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지도가 바뀌고, 지역의 자존심이 세워지는 일입니다. 홍천은 지금까지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유일하게 철도가 없는 군 단위 지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철도가 놓이면, 더 이상 ‘길이 없는 곳’이 아닌 ‘길의 중심이 되는 도시’로 거듭날 것입니다.

서울까지 1시간 이내 접근, 물류비 절감, 관광 활성화, 청년의 정주 여건 개선 등, 이 철도는 강원 내륙 발전의 강력한 불씨가 될 것입니다. 또 충청과 경기 동부, 강원 남부를 잇는 수도권-비수도권 간의 숨통이 열리는 일이며, 강원도의 균형발전은 물론,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상징이자 실천적 모델이 될 것입니다.

저는 종종 상상해봅니다. 홍천역 플랫폼에 첫 열차가 들어오고, 환한 얼굴로 탑승하는 군민들의 모습.

그 풍경은 단지 도시를 잇는 선로가 아닌, 마음과 가능성, 미래를 잇는 길이 될 것입니다. 그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설계와 착공, 개통까지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끝까지, 철도가 달리는 그날까지 군민들과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홍천에 철도를”이라는 외침은 이제 “강원에 미래를, 대한민국에 균형을”이라는 약속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약속은, 반드시 지켜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수십년간 군민들의 염원을 담은 용문~홍천철도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최종 통과와 함께 '화룡점정'으로 승화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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