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귀와 귀 사이의 승부 '골프'

하상원 한국골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하상원 한국골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골프는 양쪽 귀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게임이다.”

전설적인 골퍼 바비 존스(Bobby Jones)의 이 말은, 골프라는 스포츠의 본질을 간결하고도 명확하게 표현한다. 클럽의 종류, 스윙의 각도, 페어웨이의 경사보다 앞서 통제되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골퍼의 멘탈, 즉 정신적 태도다. 기술 스포츠로 보이는 골프. 그러나 진정한 승부는 6인치, 곧 우리의 귀와 귀 사이, 뇌 속에서 시작된다.

첫째, 스윙보다 먼저 다뤄야 할 것은 생각의 흐름이다. 경험 많은 골퍼일수록 알고 있고 있지만, 스윙 자체보다도 실수를 유발하는 진짜 원인은 바로 그 순간의 감정의 흐름과 생각의 패턴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르고 있다. 골퍼들의 첫 티샷의 긴장감, 실수 후 찾아오는 자책감, 보기 이후 생기는 과욕은 경기력 저하로 직결되는 심리적 장애물이다. 골프는 육체적 동작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지적 판단과 정서적 통제의 복합적 결과물이다. 결국 샷의 결과는 이미 스윙 이전, 머릿속에서 결정되고 있는 셈이다.

둘째, 골프 멘탈은 훈련할 수 있다. 멘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고 훈련하는 영역이다. 세계적인 투어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바로 ‘멘탈 루틴’이다. 그들은 훈련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심리 전략을 실천에 옮긴다. 루틴(Routine)은 매 샷 전 동일한 준비 동작과 호흡 리듬은 몸의 긴장을 해소하고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이는 심리적 일관성과 안정성을 제공한다. 자기 대화(Self-talk) 인지를 바꾸는 힘 “또 실수하면 어쩌지?”와 같은 부정적인 자기 대화는 긴장과 불안을 증폭시키며, 실제로 신체의 반응, 예컨대 근육의 긴장이나 시선의 흔들림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면, “이번엔 침착하게, 연습대로만 가자”와 같은 긍정적 자기 언어는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시키고, 동작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심리학적으로 ‘인지 재구성(Cognitive Restructuring)’이라 불리며, 골프를 포함한 모든 스포츠 퍼포먼스에서 핵심적인 멘탈 기술이다. 부정적 사고를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긍정적 표현으로 바꾸는 습관은 단지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을 넘어, 실제 경기력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셋째, 멘탈의 흔들림이 스코어를 결정한다. 경기 마지막 3홀. 한 타 차 리드를 유지한 상황에서 몸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멘탈이 흔들리는 순간, 미세한 손의 긴장과 시선의 흐트러짐이 퍼팅의 방향을 바꾸고, 결국 리드를 내주게 된다. 이처럼 경기 결과를 결정짓는 마지막 변수는 다름 아닌 멘탈 컨트롤의 정도이다. 골프는 외적 기술만큼이나, 내면의 정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심리적 안정감이 필수적인 스포츠다.

넷째, 진짜 적은 외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골프는 상대가 없는 스포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치열한 경쟁자는 외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코스 위에서 골퍼는 늘 마주한다. 불안, 조급함, 초조, 분노라는 감정의 적들과. 이 감정들을 억누르고, 받아들이고, 다시 중심을 잡는 사람만이 진정한 '마지막 승자'가 될 수 있다. 골프의 진정한 승부는 스코어카드에 기록되는 숫자 이전에, 마음속에서 이미 판가름 나 있다. 오늘 당신의 6인치는 평온한가?

골프는 단지 신체를 움직이는 경기 그 이상이다. 그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며, 인내와 집중, 회복력이라는 심리 기술의 집약체이다. 바로 오늘, 당신의 머릿속 6인치는 고요한가? 아니면 여전히 전쟁 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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