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장병의 식사는 단순한 급식 차원을 넘어 병영 생활의 질과 전투력 유지, 나아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군급식기본법’이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법안은 군 급식의 질을 체계적으로 향상시키는 동시에 접경지역 농민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어 접경지 중심의 농업 기반을 유지하려는 강원특별자치도의 현실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그동안 군 급식에 관한 법적 근거는 대통령령인 ‘군인 급식 규정’에만 의존해 왔다.
이로 인해 급식 품질은 지휘관의 의지나 예산 상황에 따라 좌우됐고, 열악한 급식 실태가 반복적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장병·가족들의 불신을 키웠다. 더욱이 접경지역 농민들은 불투명한 군납 구조와 계약 불이행 등의 불안 속에서 생업을 이어가야 했다. 이번 법안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군급식기본법은 접경지역을 포함한 군부대에 대해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수산물을 우선적으로 납품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적 강제 조항은 아니지만 국방부와 각 군이 지역 농산물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줌으로써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어 긍정적이다. 강원 북부 접경지대를 지역구로 둔 한기호 의원이 이 법안을 재차 추진한 것도 오랜 시간 지역 농민들과 소통하며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또한 이번 제정안은 단지 군 급식 문제만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다.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과 그로 인한 ‘특별한 희생’을 법률적으로 보상 및 배려하려는 제도적 시도이기도 하다. 새 정부 역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온 만큼, 이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해 실효성을 갖추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접경지역은 겉으로 드러나는 국방의 전선이 아니라 그 자체로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을 감내하고 있는 생활 공간이다.
이들에게 국가적 보상이 구호가 아닌 현실로 다가가기 위해서라도 군급식기본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이제 국회의 책임이 남았다. 21대 국회에서는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된 바 있지만 지금은 다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여야를 떠나 국방과 농촌, 국민의 삶의 질 제고에 목적을 둔 법안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셈법이 개입될 여지는 없어야 한다. 특히 강원특별자치도와 같이 국방과 농업, 인구 감소 등 복합적 과제를 안고 있는 지역은 이번 법안 통과가 실질적인 지역경제 활성화의 촉진제다. 군 급식의 질을 높이는 것은 장병 복지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국민이 군을 신뢰하고, 젊은이들이 병영 생활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군급식기본법은 바로 그 출발을 법률적으로 보장하려는 노력이다. 더 늦기 전에 반드시 22대 국회에서 입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