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건설업 잇단 폐업, 경제 핵심 축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건설업체 지난달 보름 사이 22곳
올 2월 도내 수주액 336억원, 작년비 87% 감소
새 정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 역점 둬야

강원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그 여파가 지역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단순한 거래량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곧 건설 경기의 위축으로 연결되며 지역경제의 뿌리를 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내 ‘악성 미분양’ 물량은 5개월 연속 650가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올 2월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11.9% 늘어난 658가구에 달한다. 악성 미분양은 팔리지 않은 집이 아니라 수요가 사실상 없어 시장에서 장기간 해소되지 못하는 주택을 말한다. 이는 자칫 주택가격 하락과 지역경제 전반의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책적 대응이 절실한 지점이다.

건설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 2월 강원도 내 건설공사 수주액은 336억원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86.8%나 감소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철근·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 부담까지 가중되며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압박 속에 강원도에서는 이미 수십 곳의 건설업체가 문을 닫았다. 2024년 들어서만 건설업 폐업 신고가 54건, 전문건설업체의 경우 지난달부터 보름 사이에만 22곳이 폐업을 신고했다. 문제의 핵심은 예측 불가능한 정책 환경과 고금리다. 고금리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은 매수 수요를 급감시키고,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은 건설사와 투자자의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에 신뢰를 불어넣기 위한 예측 가능한 정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해 6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 시점을 무너진 시장 신뢰와 정책의 일관성을 되찾을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대선 이후의 정책 기조가 지역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와 건설업계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대안을 신속히 검토·추진해야 할 때다. 우선은 악성 미분양 해소를 위한 공공의 역할 확대다.

국·공영주택 매입을 늘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미분양 주택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고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그리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안정화를 위한 보증제도 보완과 함께 중소 건설사에 대한 금융 지원책이 절실하다. 또 고금리로 인한 수요 급감에 대응하기 위해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와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도 중요하다. 더 나아가 건설 인력과 기술자 확보를 위한 고용 안정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건설과 부동산은 산업 영역을 넘어 한 지역의 삶과 문화, 경제 기반을 형성하는 핵심 축이다. 지금 이 축의 균열이 시작되고 있다. 시장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효과를 내기 힘들다. 새 정부는 첫걸음부터 이 문제를 직시하고 부동산 시장의 회복과 건설업계의 안정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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