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1일은 세계 노동절이다.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고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한목소리를 내는 날이다. 특히 올해 노동절은 조기대선과 무역갈등, 경기침체 등 대한민국을 둘러싼 복잡다단한 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맞이한다. 이 시점에서 강원 지역 노동자들은 충분한 권익 보호를 받고 있는지 다시 한번 현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조세 징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 지역 근로소득세 신고 인원은 55만6,000여 명이다. 소득세 원천징수 대상인 고용된 월급쟁이들이다. 이들이 2024년도 1년간 국가에 납부한 근로소득세는 총 9,152억원이다. 이전 해보다 156억원 늘었고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한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1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노동자들은 대부분 각 가정 경제활동의 핵심 주체이므로 지역에서의 소비나 주민세, 재산세 납부까지 감안하면 노동자들이 지역 경제와 지방자치단체 수입을 떠받치는 기둥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역경제에서 노동자들의 비중이 이처럼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강원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예산 운영은 여전히 노동자 권익 보호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도청과 각 시군의 주요 예산 편성이나 정책 발표를 살펴보면 지역개발, 관광진흥, 청년정책, 노인복지 등의 항목은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노동자 복지 증진, 산업재해 예방, 비정규직 보호 같은 노동 정책은 주변부로 밀려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 환경 개선과 권익 증진을 위한 실효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강원 지역은 관광과 서비스업, 농림업 등 열악한 노동 환경의 업종이 많은 지역이다. 그만큼 산업재해율과 비정규직 비율도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 2023년 강원 지역 산업재해 사망만인율(임금 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 수)은 0.7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강원의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47.4%를 기록, 5년 연속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38.3%)보다 9.1%포인트 높은 수치다. 반면 1년 이상 고용 계약한 상용직 노동자의 임금상승률은 강원 지역이 1.8%로, 전국 평균 3.8%에 한참 못 미쳤고 전국 광역 시도 중 유일하게 1% 대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도와 각 지자체가 이러한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구체적 계획이나 예산 확보에 미흡하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단적으로 강원특별자치도에서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의 올해 예산은 10억원(그나마 절반은 기능경진대회 예산)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광역 단위의 노동복지센터나 플랫폼 배송 노동자를 위한 휴게시설이 없는 곳은 전국에서 강원특별자치도가 거의 유일하다. 지역 노동자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노동단체와 도지사의 정기적 간담회는 언젠가부터 실종되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동자 권익 보호는 약자에 대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경제 전략이다. 정치적 수사로 ‘도민 행복’을 아무리 외쳐도,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과 예산이 뒤따르지 않으면 결국 지역 노동자들의 불신과 젊은 세대의 인구 유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강원특별자치도는 노동자 권익 보호를 행정의 중심에 두고 노동복지센터 확충, 비정규직 처우 개선, 산업재해 예방사업 등에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행정과 정치권, 시민사회가 함께 협력해 노동자 권익 향상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을 동시에 이뤄내야 할 때다.
제135주년 세계 노동절. 이 세상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노동의 가치를 다시금 돌아보며, 강원특별자치도 노동자들이 더 나은 일터와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관심과 정책 전환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