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이 다가오는 6·3 대선 정국의 가장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단순히 헌법 조항 일부를 수정하는 기술적 작업을 넘어 대한민국의 권력 구조와 정치 시스템을 새롭게 재설계하는 중차대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2·3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한 국민에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다시 한번 뼈아픈 현실로 다가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으로서 개헌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히 제기되고 있다. 대선 주자들 또한 ‘1987년 체제’의 한계를 공감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개헌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그 시기와 방식, 방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명확하거나 제각각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는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제안을 지지하고, 또 다른 일부는 대선 이후로 시점을 미루자고 한다. 이처럼 모호하고 분산된 개헌 담론은 유권자에게 혼란을 주고 개헌에 대한 국민적 합의 형성마저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대선 주자들은 지금 이 순간, 개헌을 어떻게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계획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현재 여야는 개헌의 필요성 자체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모습이다. 다만 시기와 추진 방식, 구체적 내용에 있어 입장 차는 뚜렷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선과 동시에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에 공식적으로 긍정 입장을 밝혔고, 비명계 인사들 또한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반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친명계는 “내란 사태의 진상 규명이 먼저”라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그들은 개헌 추진이 자칫 국정의 최우선 과제인 ‘정국 안정’과 ‘계엄 책임 규명’에서 초점을 흐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눈높이는 다르다. 헌법이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고 권력 집중과 책임 회피의 병폐를 반복하고 있다는 인식은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 현행 대통령 단임제는 선거 이후 책임 정치의 실종, 중도 실정에 대한 견제 장치 부재 등 다수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따라서 권력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 대통령 임기를 어떻게 조정할지, 총리제와 국회 권한은 어떻게 정비할지 등에 대해 각 대선 후보들은 더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입장을 밝혀야 할 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완전한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전면적 개헌은 어렵다는 현실론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투표법 개정, 정당 간 이견 조율, 시간 부족 등 물리적 제약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일수록 ‘원포인트 개헌’과 같이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부분부터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예컨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계엄 요건 강화 조항은 여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여기서부터 시작해 점차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본류로 논의를 확장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