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의 상호 관세 발표로 인해 전세계 주요 주식시장이 폭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0일간 관세를 일시 중단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관세를 90일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스푸트니크 등이 CNBC를 인용해 보도했다.
'90일간 관세 일시중단 검토' 보도가 나간 뒤 이날 3일째 급락하던 뉴욕증시는 상승으로 급반전했으나 백악관이 '가짜뉴스'라고 밝힌 뒤 다시 하락했다.
백악관은 이 보도에 대해 즉각 '가짜 뉴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방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협상을 위해 관세 부과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에 대해 열려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우리는 그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통상 분야에서 판을 다시 짤 기회가 있다"라면서 "우리를 이용했던 많은 국가는 이제 '제발 협상해달라'(please, negotiate)라고 한다. 그들은 심하게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나라가 우리와 협상하기 위해 오고 있다"라면서 "그것은 공정한 계약이 될 것이며 많은 경우에 그들은 상당한 관세를 낼 것이다. 우리는 여러 국가와 엄청난 진전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다시 경제적으로 강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중국이 미국의 상호관세에 맞춰 같은 수준(34%)의 관세를 부과키로 한 것을 비판하면서 이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재차 위협했다.

이어 시진핑 주석과의 개인전 관계를 거론하면서 "나는 중국을 존경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할 수 없다"면서 "중국은 막대한 흑자를 보고 그것을 군에 사용한다. 우리는 그것을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폐쇄된(closed) 국가이며 그들이 하는 일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면서 "만약 차나 다른 무엇을 팔려고 해도 가격이 통제 불능이기 때문에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미국 공산품에 대해 무관세를 제안한 것이 충분한지를 묻는 말에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이어 "여러 국가가 당장 관세를 없애고 싶어 한다"라면서 "관세는 큰 부분이지만 거기에는 다른 큰 부분이 있고 그것은 (비관세 무역) 장벽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U에 대해 "그들은 20피트(약 6m) 위에서 차에 볼링공을 떨어트린 뒤 (차에) 흠집이 생기면 '팔 자격이 없다'고 한다"라면서 "이들이 이런 규칙과 규제를 만든 단 하나 이유는 (다른 나라가) 그들 나라로 물건을 보내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관세 장벽에 대해 "그들은 어떤 것도 팔기 어렵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EU가 형성될 때부터 미국에 대응해 무역에서 독점적 상황을 만들었다고 주장한 뒤 "그것은 공정하고 상호적이어야 한다"라면서 "우리는 EU에 3천500억달러의 적자가 있는데 그것은 곧 사라질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우리에게서 에너지를 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전면적 관세로 다른 나라들이 중국과 가까워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는 그것을 우려하지 않는다"라면서 "그들은 미국에 의지하고 싶어 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관세 협상에 대해 언급하면서 관세가 영구적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모순적이라는 지적에 "그것은 둘 다 사실일 수 있다"라면서 "관세는 영구적일 수 있으며 그것은 협상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관세 이상의 필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모든 나라와 공정한 협상, 좋은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는 상호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우리는 러시아와 아무 비즈니스가 없다. 그들은 전쟁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행한 연설에서 모든 나라에 기본관세율인 1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25%를 부과키로 하는 등 60여개 국가를 이른바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으로 분류했다.
국가별 관세율은 ▲ 중국 34% ▲ 유럽연합(EU) 20% ▲ 베트남 46% ▲ 대만 32% ▲ 일본 24% ▲ 인도 26% 등이다.
전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일부 국가와 품목을 넘어 모든 수입품에 대해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키로 함에 따라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글로벌 수준으로 확대되게 됐다.
한국을 포함한 이들 국가에는 기본관세 10%가 5일부터 집행된 뒤, 오는 9일부터 2단계로 국가별 상호관세(10%+알파)가 발효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9일 0시1분을 기해 10%에서 25%로 높아져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를 추진하는 등 공식 협상 채널 가동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관세 협상의 결과물을 얻는 데 서두르지 않고, 전략 수립에 보다 신중을 기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