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배는 술보다는 역사가 짧지만, 15~16세기 대항해시대와 함께 기호품으로 전 세계로 급속히 전파됐다. 사람을 만나면 담배를 권하는 것이 인사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점차 니코틴의 중독성에 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담배가 헤로인, 코카인 다음으로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줘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이 확인되고,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吸煙)을 인류 공중보건의 제1적이라고 선언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건강보험재정 보전을 위해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숨겨온 담배회사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2014년 4월14일 담배제조·판매회사(KT&G,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를 상대로 담배흡연 피해자 3,465명의 진료비 중 공단이 부담한 5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2020년 11월20일 1심에서 패소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공단은 2020년 12월10일 항소를 제기하여 현재 2심 마지막 변론을 앞두고 있다.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해외에서는 담배소송에서 담배회사의 불법행위와 흡연 폐해가 인정되어 1993년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주정부 및 집단소송에서 거액의 배상 판결 승소 사례가 나오고 있으나, 우리나라 1심 재판부는 질병관리청의 보고서나 건강보험공단의 연구결과가 있음에도 담배의 폐해와 담배회사의 불법행위는 물론, 흡연과 폐암 발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들이 담배의 해로움은 다 알고 있으니 개인의 책임인 동시에 생활습관, 유전 등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질병과 담배 사이의 인과관계를 뚜렷하게 인정하기 어렵다는 담배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민의 건강보다 회사의 이익을 중요시 여기는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 줬다. 법원 판결대로 담배의 위해성에 대해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고 흡연이 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하면 왜 국가가 나서서 금연 정책을 시행하는가? 청소년에 대한 담배 판매 금지, 불량식품 단속, 금연구역 등 제한은 왜 하는가? 헌법의 기본권 위반이 아닌가?
항소심에서는 재판부가 담배회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위해 기존의 인식을 전환해 담배와 폐암 간의 관계에 대한 의학적 증거와 전문가의 의견, 국민 여론과 사회 변화 등을 받아들이는 판결이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담배에 포함된 유해성분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률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5년 11월1일 시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담배회사도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해 국민들의 건강권이 지켜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담배로 인한 피해는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다. 이번 담배 소송은 그런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통해 담배 제조사들이 그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시점이다. 홍천군의원으로서, 이 소송이 주민들에게도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홍천 지역도 많은 금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