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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화가 박수근, 삶의 궤적 따라가는 회고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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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화백 작고 60주기 소장품 특별전
- ‘봄이오다 : 정림리에서 전농동까지’
- 최초 공개 자료부터 박화백 흔적 가득

◇박화백이 미국인 후원자 산드라 마티엘리씨에게 보낸 목판화 연하장. 박수근미술관 제공.

삶이 고단했던 시대, 그는 붓을 들었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화폭 속 풍경 그리고 인물들은 검박했고, 투박했으며, 무엇보다 선량했다.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이 국민화가 박수근화백의 작고 60주기를 맞아 특별전 ‘봄이오다: 정림리에서 전농동까지’ 특별전을 8일부터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박화백이 태어난 양구 정림리에서 부두 노동자로 일했던 전북 군산을 거쳐 서울 창신동과 전농동에 이르는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간다. 1914년 정림리에서 태어나, 1965년 전농동에서 작고하기까지 그가 살아낸 시간들. 일제강점기와 전쟁, 피폐한 사회 속에서도 박수근은 늘 사람을 그렸다. 그림 속 인물들은 노동에 지친 이웃이자, 생의 끝자락에서도 희망을 내려놓지 않았던 이들이었다. 박수근의 작품이 곧 시대의 초상이라면, 이번 전시는 그 초상의 세목들을 더듬는 여정이기도 하다.

◇박수근 화백이 미국인 후원자 산드라 마티엘리 씨에게 보낸 연하장 봉투. 박수근미술관 제공.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박수근미술관이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으로부터 기증받은 목판화 연하장 등의 자료들이 최초로 공개된다는 점이다. 박화백이 1962년 12월 미국인 후원자 산드라 마티엘리씨에게 보낸 목판화 연하장 ‘연날리는 두 사람’은 63년의 시간을 돌아 최근 양구로 돌아왔다. 한 장의 연하장 안에서도 박수근 특유의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배어 있는 듯 하다. 삶의 굴곡이 다하도록 연을 띄우는 두 인물의 모습은, 마치 시대를 넘어 끈질기게 희망을 날리는 박수근 자신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와함께 1962년 주한미군사령부에서 열린 개인전 리플릿도 함께 전시된다. 출품작 목록과 가격까지 기록된 이 리플릿은 단순한 홍보물을 넘어, 박화백이 작가로서 세상에 내어놓은 ‘명함’이자 한국 근대미술의 숨은 사료로 그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1962년 주한미군사령부에서 열린 개인전 리플릿 뒷면. 박수근미술관 제공.

박화백의 작품에는 화려한 기교 대신 사람을 향한 믿음이 담겨 있다. 때로는 투박하게, 때로는 정직하게 그려낸 그의 화폭은 시간과 장소를 넘어 인간 존엄에 대한 신념을 증언한다. 박화백이 세상을 떠난 지 60년이 지났지만, 그의 그림은 여전히 우리에게 묻는다. ‘가난하지만 선량했고, 강인하면서도 따뜻했던’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그리고 그 모습 속에서 발견하는 인간성의 근원을 말이다. 박화백의 삶과 예술을 관통하는 이 특별한 전시는 내년 3월 2일까지 계속된다. 전시회 개막식은 9일 오전 10시. 문의는 (033)480-7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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