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당신이 진짜로 믿었던 가짜에 대하여

◇성해나 作 ‘혼모노’

이효석문학상 수상자 성해나 작가가 단편 소설집 ‘혼모노’를 펴냈다.

2024·2025년 젊은작가상에 선정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성해나 작가는 문단의 화제작으로 뽑히고 있는 단편 소설들을 한 데 모았다. ‘진짜’를 뜻하는 일본어 혼모노를 제목으로 하는 작품은 서늘하도록 압도적인 서사 7편을 통해 삶의 균열을 예리하게 비춘다.

표제작 ‘혼모노’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되묻는 작품이다. 번아웃이 온 중년의 박수무당의 일상을 따라 작품은 대체품이 아닌 진짜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들의 슬픈 광기를 전한다. 담담하지만 생생한 문체로 쓰여진 글은 자부심과 열등감이 뒤엉킨 감정의 소용돌이로 독자들을 이끈다. 작품의 파격적인 결말은 지독하게도 현실적이다. 처절하고 끔찍한 패배가 주는 쾌감 앞에 작품은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진짜’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는다.

이어지는 작품들 역시 쉴 틈 없이 파고드는 서사의 한 가운데로 독자들을 이끈다. ‘길티 클럽 : 호랑이 만지기’는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의 실체를 마주하는 과정을 담았으며, ‘스무드’는 이방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우리의 민낯을 뼈아프게 그려냈다.

인간성과 비인간성의 간극을 비춘 ‘구의 집 : 갈월동 98번지’, 세대간 갈등과 이해의 현실을 그린 ‘우호적 감정’, 일그러진 애정을 묘사한 ‘잉태기’, 이상과 현실의 엇갈림 속 방황하는 청춘을 반영한 ‘메탈’고 강렬한 몰입을 선사한다.

성해나 작가는 “예리한 발톱으로 문장을 낚고, 너른 시선으로 사회의 아픔을 포착하며 열린 귀로 멀리 떨어진 이들의 이야기까지 경청하고 싶다”고 작가의 말을 남겼다. 창비 刊. 368쪽. 1만8,000원.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