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이미 강원특별자치도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국내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영농철 농작업에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투입되며 농가들은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필리핀 정부가 일부 한국 지자체에 대한 근로자 파견을 중단하면서 강원도 농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태백, 횡성, 양구 지역은 수백명의 근로자 입국이 지연되거나 취소돼 영농 일정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외국인 근로자 인권 침해 의혹에서 비롯된 신뢰 붕괴다. 필리핀 정부는 일부 근로자들이 국내에서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외모 비하 발언 등 인권 침해를 겪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송출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관계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는 계절근로자 제도의 근본적인 신뢰와 지속 가능성을 다시 살펴야 한다. 강원도 농업의 경쟁력은 결국 안정적인 노동력 확보에 달려 있다. 특히 대규모 시설하우스나 인력 의존도가 높은 농가일수록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특정 국가에 편중된 근로자 도입 구조는 언제든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필리핀 송출 중단 사태는 외교적 변수, 고용 현장의 문제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도입국 다변화다. 양구군이 발 빠르게 캄보디아에서 200명 이상의 대체 인력을 확보한 것은 좋은 사례다. 필리핀 외에도 베트남, 네팔,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계절근로자 수요에 맞는 국가들과의 협력 루트를 다변화하고, 외교부·고용노동부와의 공조를 통해 안정적인 송출 체계를 갖춰야 한다. 더불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인력만 바꾸는 것은 근시안적 대응에 불과하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불법 브로커 개입, 고용주에 의한 인권 침해, 근로조건 미준수 등 위법·부당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의 철저한 사전교육과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노동계약 체결부터 급여 지급, 주거 및 생활 지원까지 고용의 전 과정에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정기적인 점검과 피드백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언어소통과 문화적 차이를 줄이기 위한 통역 지원, 생활밀착형 복지 제공, 고용주 교육 의무화 등 정주 여건 개선책도 중요하다. 단기 노동력으로만 대하지 않고 외국인 근로자를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맞이하는 포용적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이들의 안정적 노동이 지역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강원도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노동 구조 개편을 촉구하는 경고다.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이 외국인 착취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