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경북 의성에서 성묘객 실화로 발생한 산불이 북동부 5개 시·군을 덮쳐 천문학적인 피해를 낸 가운데 농업이 주된 생계 터전인 경북 5개 시·군 농축산 관련 기반이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각 시군 피해 상황을 임시 집계한 결과, 안동에서는 비닐하우스와 버섯재배사 216동, 저온 저장고 290동, 농업용 창고 162동, 농막 280동이 소실됐고 농기계 2천200대도 불에 탔다.
축사 82동에서 소 184마리, 돼지 2만574마리, 닭 17만2천243마리가 폐사했고 양봉 피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청송에서는 사과 재배지 164.5㏊, 자두 재배지 13.5㏊에서 피해가 발생했고 축사 30곳에서 619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양봉 1천262군도 불에 탔다. 보통 1만5천∼2만마리의 꿀벌이 있는 벌통 1개를 군으로 표현한다.
영농조합법인 공장 2곳과 농업시설 310곳(비닐하우스 49곳, 저온 창고 43곳, 축사 30곳, 일반창고 179곳)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고 농기계 194대가 불에 탔다.
의성에서는 과수원 160㏊, 기타 농작물 55㏊에서 피해가 났고 한우 13마리와 돼지 3천200마리, 양봉 3천325군 피해 신고도 들어왔다.
영양에서는 농업시설 55개, 농기계 26대, 농막 3곳, 관정 1곳, 축사시설 3곳에서 피해가 발생했고 농작물 피해는 파악 중이다.
동해안인 영덕은 수산물 피해 규모도 크다.
육상 양식장 2곳에서 30만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했고 수산물 가공업소 3곳과 미역 건조시설·가공시설 1곳이 소실됐다.
또한 저온저장고·건조창고 50동, 버섯재배사 7동, 한두 80마리, 축사 56동, 축산 설비 51곳, 산란계 1천500마리, 양봉 13개 농가 3천400군 등 농업 피해도 신고됐다.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라 이번 경북 산불 사망자 유족에게는 위로금 2천만원과 장례비 최대 1천500만원이 지원된다.
각 시·군은 의무 가입한 안전보험에 따라 사망자와 부상자에게 보험금 지급을 검토 중이다.
이번 산불은 고의가 아닌 부주의로 발생한 실화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 1항에 따라 사회적 재난으로 분류된다.
일부 시·군이 가입한 보험이 사회 재난이 아닌 자연 재난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어 보험 적용 가능성과 적용률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민 지원과 관련해 "농사철인데 대피시설인 체육관에서 먼 거리에 있는 생활 터전까지 농사를 지으러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며 "하루빨리 생활 터전 가까이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무상으로 지원받은 모듈러주택 100동을 우선 설치해 이재민에게 제공하고 추후 이를 확대해 이재민들이 집을 지을 때까지 1년 정도 생활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도는 산불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는 등 본업이 불가능해진 주민들이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경북도는 거주지 인근 긴급주거시설과 농업, 수산업 등 피해 산업을 지원하는 '경북 초대형 산불 피해복구 및 지원 특별법' 제정을 정부, 정치권과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또 피해 시설물 최대 지원을 위한 자연 재난 수준의 복구 지원액 적용도 정부에 요청했다.
이번 산불은 사회 재난으로 분류돼 주거비로(주택 전파 경우) 2천만∼3천600만원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연 재난은 피해주택 연면적에 따라 주택복구비가 6천600만∼1억2천만원이다.
이 지사는 이번 산불 피해는 지난 동해안 산불 피해 9천억원의 적어도 몇 배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경북 산불로 순직한 헬기 조종사 고 박현우 기장을 제외하고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5개 시·군에서는 주민 25명이 사망했다.
이날 오전까지 고인 13명의 발인이 진행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망자 신원을 확인하는 대로 시신을 유족에게 순차 인계하고 있다.
구 안동역과 청소군보건의료원 주차장, 영양군청에는 합동분향소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영덕군에는 유가족들 뜻에 따라 합동분향소를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분향소는 청송 오는 31일 오후 8시, 영양 내달 1일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안동시는 분향소 운영 기한을 확정하지 않았다.
대구시는 달서구에 있는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 합동분향소를 차리고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운영한다고 밝혔다.
산불로 인한 피해 영향 구역은 4만8천238㏊다. 서울 여의도(290㏊)의 166배 달하는 규모다.
지역별로는 의성이 1만2천821㏊로 피해 면적이 가장 넓었고 안동 9천896㏊, 청송 9천320㏊, 영덕 8천50㏊, 영양 5천70㏊, 산청·하동 1천858㏊ 등이었다.
전날 기준 주택 피해는 3천285채로 집계됐으며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피소에 생활하는 이재민이 4천700여명에 이른다.
이번 산불로 모두 3만4천746명이 대피했다가 2만9천969명이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