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가 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인통제선 북상 및 군사보호구역 해제라는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 철원과 화천에 걸쳐 총 12.9㎢, 축구장 1,800개가 넘는 면적에 해당하는 민통선 및 군사보호구역이 해제되며, 지역 개발과 관광 진흥, 주민 불편 해소에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강원특별법 개정으로 도지사에게 부여된 군사규제 해제 건의 권한이 처음으로 실효성 있게 작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접경지역의 숙원 과제를 지역 주도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실제 결과로 연계됐다는 점에서 강원특별자치도의 위상 변화와 지방자치의 진전을 실감케 한다.
이처럼 규제가 해제된 지역들은 그동안 접경지라는 이유만으로 국가 안보 논리에 의해 각종 제한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군사적 필요가 줄어들었음에도 규제는 오랜 기간 존속돼 왔다. 이번 해제가 ‘형식적 규제’의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는 명실상부한 삶의 질 회복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번 군사규제 해제의 배경에는 지난해 개정된 강원특별법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개정된 법률에 따라 도지사는 군사보호구역의 지정·변경·해제를 국방부에 직접 건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고 국방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관할 부대장이 사유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절차적 장치도 마련됐다. 이 같은 절차적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는 지방정부의 의견이 일방적으로 묵살되지 않고 실질적인 협의와 조율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장치다. 이번 성과가 철원과 화천에 한정돼서는 안 된다. 양구, 인제, 고성 등 여타 접경지역으로 규제 해제가 확대돼야 한다. 국방부가 양양군의 7만㎡를 통제보호구역으로 신규 지정한 사실은 아쉬움을 남긴다. 접경지역의 규제를 일부 해제하면서도 다른 지역에는 신규 규제를 도입하는 식의 정책은 규제 완화라는 흐름과 상충된다. 안전과 안보를 고려한 조치라 하더라도 그 타당성과 필요성, 지역과의 사전 협의 여부 등 투명성과 정당성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
자칫하면 한쪽 규제를 풀면서 다른 쪽에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추가 해제 대상 지역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국방부와의 협의 체계를 정례화해야 한다. 나아가 규제 해제 이후의 지역 개발 전략 또한 체계적으로 수립돼야 한다. 관광 활성화, 영농 기반 강화, 정주 여건 개선 등 후속 사업이 병행되어야 규제 해제의 실효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규제를 푸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그 공간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다. 단기적 개발에 치우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이 접경지역 곳곳에서 구체화돼야 할 시점이다. 이 결실을 발판 삼아 접경지역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데 강원특별자치도가 중심에 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