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노인이 진화대원, 산불 예방대책 전면 쇄신을

평균 연령 62세, 사실상 노인 일자리로 전락
도내 배치된 진화차량 13대 내구연한 초과
재해 대응, 국가안보 차원 재난관리로 접근을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안동 등 인근 4개 시·군으로 확산하며 인명 피해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사망자가 24명(26일 오후 5시 현재)에 달하며 우리 사회의 산불 대응체계가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산불현장에 투입된 진화인력의 고령화와 장비 노후화 실태는 이번 참사의 책임을 국가와 지방정부의 제도적 미비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방증한다. 산불 진화의 최일선에 서 있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민간인 중심으로 구성되며 평균 연령이 무려 62세에 이른다. 사실상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전락한 이 제도는 화염 속에서 생명을 걸고 일해야 하는 진화대원에게는 가혹하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기에는 무책임하다. 하루 미만의 교육을 받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구조는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고 인명사고의 위험성을 더욱 높인다.

진화장비의 상태도 심각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방화복과 등짐펌프, 안전모조차 10년 가까이 된 장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산불진화차량의 노후화도 문제다. 봄철 잦은 대형 산불에 시달리는 강원지역 동해안 6개 시·군에 배치된 진화차량(탱크 트럭)은 총 67대다. 이 중 13대는 산림청이 정한 내구연한 10년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한 이런 현실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산불의 위력이 해마다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할 최소한의 장비조차 갖추지 못한 채 사람만 현장에 내모는 구조는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한 중병이다. 더욱이 강원도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산림 면적을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산림수도’다. 기후 위기로 인한 건조한 날씨, 강풍, 인재(人災)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강원도의 산림환경 특성상 산불은 언제든지 대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강원도에 배치되는 산불 대응 인력과 장비는 다른 지역보다도 높은 수준의 체계와 전문성이 요구된다. 산림청과 각 지자체는 지금이라도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를 고령층에 국한하지 말고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거친 젊고 전문적인 인력으로 재편해야 한다. 더불어 진화장비 현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헬기와 특수차량, 개인 보호장비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예산 확대와 기술 도입을 통해 진화인력의 생명을 지키고 대응 효율을 높여야 한다.

또한 산불은 진화보다 예방이 핵심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AI와 드론, 위성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한 실시간 감시체계 구축과 산불 고위험 지역에 대한 조기경보 시스템을 보다 정교하게 운영해야 한다. 더 나아가 노후 주택 지역과 군부대 인접지, 화목보일러 사용 밀집 지역 등에 대한 사전 관리 및 사용 제한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산불 대응을 일시적 재난 대응이 아닌, 상시적 국가안보 차원의 재난관리로 접근해야 할 때다. 고령자와 노후화된 장비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더 이상 반복되는 대형 산불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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