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개발과 활용으로 미래 비전 그려야 할 가리왕산

케이블카 7년 끝에 지속 가능한 활용 결론
지역이 책임지는 ‘내발적 개발''의 본보기
합의 내용, 실질적 사업과 정책으로 실현돼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산이자 자연과 인간의 갈등이 응축된 상징적 공간인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가 마침내 7년에 걸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활용’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는 단순한 시설 존치를 넘어 자연 보존과 지역 개발 사이의 긴장 관계를 조율한 전국 최초의 타협 사례로 기록된다. 가리왕산은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경기장 조성을 위해 일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 훼손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환경단체는 전면 복원을, 지역사회는 케이블카 존치를 요구하며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부, 산림청, 지방자치단체, 주민,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한 사회적 협의체가 타협의 해법을 찾아낸 것은 진정한 민주적 합의 모델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조건부 케이블카 존치다. 곤돌라는 대체 사업의 효과가 입증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향후 경제·사회·문화적 이익이 이를 상회하는 경우 철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칙 있는 절충이다. 또한 가리왕산 하부 구역은 연구, 치유, 휴양, 산림체험 등 복합적인 활용이 추진되며 산림형 정원과 국립산림복원연구원, 동계올림픽 기념관 등 구체적인 활용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이는 단순한 ‘보존’이 아닌 ‘생태적 순환’을 지향하는 창의적 개발 방식이다. 더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드러난 강원도형 환경정책 모델의 가능성이다. 가리왕산 사례는 개발과 보존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지역 현안에서 상호 양보와 사회적 숙의가 어떻게 지속 가능한 해법으로 귀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다. 이는 향후 오색케이블카, 설악산 개발 등 강원도 내 다른 갈등 현안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사례는 강원특별자치도가 ‘자연과 공존하는 개발’이라는 철학을 실현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음을 상징한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역민의 생존권과 경제권을 보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이야말로 강원도의 미래를 담보하는 핵심 가치다. 정선군민들이 자발적으로 가리왕산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외부의 일방적인 규제나 중앙의 정책이 아닌 지역이 주도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내발적 개발’의 본보기로 볼 수 있다. 환경단체 또한 일방적 반대가 아니라 합리적 대안을 수용하며 대화에 임한 것은 시민사회 성숙도를 보여준 신호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합의의 이행이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합의문의 각 조항들이 사업과 정책으로 실현돼야 한다. 가리왕산 복원 사업은 생태계 회복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실현하는 장이 돼야 하며 제안된 대체 사업들도 실효성 있는 경제적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비 지원 확대와 정부 차원의 협력이 요구된다. 정선 가리왕산은 이제 한국형 환경 갈등 해결의 전범이자 자연과 인간이 상생할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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