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쟁 사례=권리금이란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나 영업활동으로 형성된 지명도나 신용 등의 경제적 이익을 뜻합니다. 2015. 5. 13. 구 상가임대차법의 개정으로 권리금 관련 조항들이 신설되었는데, 덕분에 임차인은 스스로 형성한 영업이익 등을 자신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으로부터 회수할 수 있게되었지만, 임대인은 자신이 원하는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스스로 상가를 사용할 수 있는 재산권 행사의 자유를 침해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회수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여 임차인의 경제적 이익 보호와 임대인의 재산권 보장에 균형을 달성하고자 합니다.
■권리금회수방해 금지 조항의 내용과 예외=임대인은 임대차 종료 6개월전부터 종료시까지 임차인이 권리금회수를 위하여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는 경우 거절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신규임차인에게 추가 권리금을 요구한다거나, 신규임차인이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방해한다거나, 신규임차인에게 시세에 비하여 현조한 고액의 보증금과 차임을 요구한다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상임법 제10조의4 제1항 각호). 이를 위반시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합니다. 다만, 임차인이 3기 이상 차임을 연체하는 등 상임법 제10조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신뢰관계가 중요한 임대차계약의 특성 상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제10조의4 제2항에서는 신규임차인 주선을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나열하고 있습니다. 신규임차인이 경제력이나 신뢰성이 부족한 경우, 그리고 임대차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입니다.
■법원의 판례=최근 대법원은 2021년 11월 25일 선고한 2019다285257 판결에서, ‘1년 6개월 이상 상가건물을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의 의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계약 종료 후’ 1년 6개월 간 상가건물을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또 ‘임대차 종료시점’에서 1년 6개월간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유를 들어 신규임차인 주선을 거절해야하고, 다른 이유로 거절 후 사후적으로 1년 6개월간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음을 들어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종료 당시에 1년 6개월간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신규임차인 주선을 거절한 경우 1년 6개월이 지나기 전에 임대인이 계획을 변경하여 영리목적으로 사용을 하는 경우, 임차인이 형성한 영업이익이 잔존하는 기간 내에 임대인이 그 경제적 가치를 취득할 수 있으므로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입법목적을 살펴보면,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을 가로챌 의도가 없이 건물을 비영리적으로 사용하는 것까지 제한하는 것은 임대인의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수 있으므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보호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입법이었습니다.
위 판례는 임대인의 권리금회수방해금지 의무에 대하여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만, 임대인의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의견도 피력되었습니다. 임차인의 노력으로 형성한 유무형의 영업이익이 해소되는 1년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임대인이 그 공간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면 사회적으로 낭비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려가 반영되었는지 임대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대법원은 2022. 1. 4. 선고, 2021다272346 판결에서 1년 6개월간의 영리목적 사용금지 기간에 건물을 매각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다만 전 후 소유자 통산하여 1년 6개월의 영리목적 사용금지 기간을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계약을 체결하고 실제로 기간이 준수가 되었다면 임대인에게 권리금을 가로채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신규임차인 계약주선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인정됩니다.
또한 서울중앙지법 2023.2.15. 선고 2021나59764 판결은 1년 6개월 기간 내에 재건축공사를 시작하더라도 이는 영리목적 사용이 아니라고 판시하여 임대인의 재산권 보호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재건축공사를 이유로 신규임차인을 거절하더라도 임대인이 권리금을 물어줄 책임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리=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하기위하여 신규임차인을 주선하는 경우, 임대인은 원칙적으로 계약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임차인과의 신뢰관계가 파탄난 경우, 신규임차인의 경제력이나 신뢰성이 부족한 경우, 임대인이 계약종료 후 임대차 목적 상가건물을 1년 6개월간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하는 경우 등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금지 의무의 예외가 인정됩니다. 임차인의 권리금이라는 경제적 이익과 임대인의 사유재산권 보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우리 법체계의 노력이 잘 엿보이는 조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