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태백과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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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록 태백주재 차장

◇전명록 태백주재 차장

지형과 고도 때문에 눈이 많이 오고 한 번 내린 눈이 잘 녹지 않는 태백산은 소백산과 함께 겨울 산행의 최적지로 손꼽힌다. 설악산, 지리산 등에 비해 산세도 유순해 등반 위험성이 적은 것도 많은 등산객들이 태백산을 찾게 하는 이유다. 국립공원공단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단체 버스 운전자 등을 대상으로 자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서울·경기 방문객이 40% 가량, 경상권이 25% 가량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세버스 이외에 태백을 방문하기 위해서 많은 등산객들이 기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주말에 기차를 타고 태백역에서 내리면 등산가방을 메고 태백산으로 이동하는 방문객들의 모습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폭설이 내렸던 이번 주말에도 태백산의 하얀 설경을 감상하기 위해 많은 등산객이 기차를 타고 태백역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태백에서 기차는 사람만이 아니라 장성광업소 등에서 캔 석탄을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이에 따라 3~4가구에 불과했던 철암 새뜨리 인근은 철암역 완공 이후 수만명의 사람들이 몰려들며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철암역의 큰 규모에 놀라곤 하는데 이는 석탄이 전국 각지로 수송되던 당시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지도를 보면 철암역 북쪽으로 동백산역을 지난 영동선이 해발 1,171m의 연화산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한바퀴 감겨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2012년 개통된 16.7㎞의 국내 최장 루프식 나선형 터널인 솔안터널이다. 솔안터널 개통 전에는 기차가 앞뒤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스위치백 방식으로 태백 동백산역과 삼척 도계역 사이의 표고차 387m를 극복했다. 터널 개통으로 운행거리는 기존 19.6㎞에서 17.8㎞로 줄고 운행시간은 기존 36분에서 16분으로 대폭 단축될 수 있었다.

현재 서울에서 태백으로 기차를 타고 이동할 경우 청량리역~태백역 소요 시간은 2023년 개통한 ITX-마음의 경우 2시간 50분 내외, 무궁화호는 3시간 20분 이상 소요된다. 시외버스의 경우 동서울~태백이 2시간 50분 가량리는 것과 비교하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청량리역~강릉역 KTX가 1시간 40분 내외로 동서울~강릉 시외버스 이용 시간(2시간 20분 내외)보다 짧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눈에 띈다.

이는 KTX와 ITX의 최고 속도 차이도 있겠지만 태백선 영월~태백 구간이 노후되고 꼬불꼬불하기 때문에 열차가 제 속도를 내기 어려운 점도 크다. 실제 태백역에서 ITX-마음을 타고 서울 방향으로 이동하다 보면 태백에서 영월까지 시속 50~70㎞남짓 천천히 이동하던 열차가 직선구간인 충북 제천, 원주에 진입하면 가속해 제 속도를 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태백시는 오는 7월 이후 발표되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태백·영동선의 직선·고속화 사업 반영을 위해 강원특별자치도, 인근 지자체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 태백 동백산역~삼척 도계역 구간이 스위치백에서 루프식 터널로 바뀌며 소요시간이 대폭 단축됐듯이 수도권과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던 태백이 청정메탄올 산업 등 폐광 이후 마련된 대체 산업의 원료와 생산품을 개선된 철도와 신설된 제천~삼척 고속도로를 통해 각지로 실어 나르는 미래가 이뤄지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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