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의 정년 연장 권고가 발표되면서 지역경제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정년이 65세로 연장될 경우 강원지역 생산가능인구가 14만명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지만 청년층 취업난 심화와 기업의 부담 증가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정년 연장 논의는 단순한 연령 조정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유연화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강원도의 경우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노동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정년 연장이 생산가능 인구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한 이점이지만 이러한 변화가 기업 부담 증가와 청년층 기회 축소로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많은 중소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고, 정년 연장이 현실화될 경우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과적으로 청년층의 일자리 부족 문제를 심화시키고 지역경제의 역동성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정년 연장의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 먼저,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공서열식 임금 구조는 고령 근로자의 임금이 기업의 생산성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구조다. 이는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며, 정년 연장이 현실화될 경우 부담이 가중될 것임은 자명하다. 따라서 임금 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전환해 기업이 능력과 기여도에 따라 임금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고령 근로자의 역할을 다변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단순히 정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근무 형태 전환을 도입해 기업과 근로자가 모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단계적 퇴직 제도나 시간제 근무 확대를 통해 고령 근로자가 본인의 상황에 맞게 근무 형태를 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고령 근로자에게도 유연한 근무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아울러 청년층의 일자리 확보를 위한 별도의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정년 연장으로 인해 청년층의 신규 채용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이 청년층을 적극 채용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이나 고용 장려금 같은 정책적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 일자리가 세대 갈등의 한 요인이 돼서는 곤란하다. 더불어 청년층과 고령층 간의 세대 간 협업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노동시장 모델을 만들어 나갈 때 정년 연장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중앙정부와 자치단체는 정년 연장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 지원책과 유연근무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 정년 연장 추진이 나라와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촘촘하게 준비해 나가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