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전영재 작가 ‘분단선에서 생명선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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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전쟁의 땅에서 생명의 터전으로
- 전쟁의 흔적 딛고 피어난 자연의 기적

전쟁의 상흔이 짙게 배어 있는 DMZ(비무장지대). 분단의 상징이었던 이곳이 이제는 자연 생태계의 마지막 피난처로 주목받고 있다. 신간 ‘분단선에서 생명선으로 ’는 DMZ 생태계를 30여 년간 기록해 온 DMZ 생태전문기자 전영재 작가(한림대 겸임교수)의 심층 취재가 담긴 책이다. ‘소중한 동식물의 마지막 피난처 DMZ’를 부제로 한 이 책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땅에서 자연이 어떻게 회복되었는지를 생생하게 전한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DMZ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이 됐다. 역설적으로 이 철책 안에서 자연은 스스로를 복원하며 생명의 터전을 일구어 왔다. 멸종 위기에 처했던 야생 동물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인간의 간섭 없이도 생태계가 재건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저자는 DMZ가 단순한 분단의 땅이 아니라,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위기의 시대에 더욱 소중한 자연유산임을 강조한다.

책 속에는 철원, 연천, 파주 등 DMZ 일대에서 발견된 다양한 생물들의 기록이 담겨 있다. 두루미, 검독수리, 수달, 산양 등 희귀종을 비롯해 5,800여 종의 동식물이 이곳을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DMZ의 강과 숲, 지뢰밭조차도 생명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 되는 모습을 포착하며, 인간이 떠난 자리에서 자연이 어떻게 스스로의 질서를 되찾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첫 장에서는 DMZ를 날아다니는 철새와 텃새들의 모습을 따라가고, 두 번째 장에서는 비무장지대를 흐르는 강과 호수, 습지가 지닌 생명의 신비를 탐구한다. 세 번째 장에서는 지뢰밭조차도 야생 동물들에게는 하나의 서식지가 되는 모습을 조명하며, 마지막 장에서는 독일의 그뤼네스반트 사례를 들어 DMZ를 보전해야 할 이유와 방법을 모색한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아름다운 생태 다큐멘터리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전작가는 DMZ 보전이 우리 모두의 과제임을 강조하며, 이곳을 단순한 군사적 경계선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생명의 보고로 지켜가야 한다고 말한다. 전쟁이 남긴 상처 위에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하며 평화를 이루어가고 있다. ‘분단선에서 생명선으로’는 이 경이로운 변화를 기록한 귀중한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다. 목수책방 刊. 336쪽.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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