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권혁순칼럼]올해 무더기 등록 포기, 지방대 위기 시작

강원도 4년제 대학 추가 모집 인원 761명
작년보다 무려 59.2% 증가, 전국적 현상과 반대
절박한 심정으로 생존전략 수립하지 않으면 안 돼

올해 무더기 등록 포기, 지방대 위기 시작

지방 대학에선 “벚꽃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벚꽃피는 순서 상관없이 다 망할 판”이라는 얘기가 돈다. 올해 강원특별자치도의 4년제 대학 추가 모집 인원이 761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무려 59.2% 증가한 수치로, 전국적으로 추가 모집 인원이 감소하는 추세와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입시 결과가 아니라 지방 대학이 직면한 위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과거와 달리 지방 대학의 경쟁력이 점점 더 약화되고 있고, 단순히 학생 수 감소로 설명하기엔 그 이유가 훨씬 더 복잡하고 구조적이다. 한때 지방에도 경쟁력 있는 명문대학들이 존재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이 지금처럼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전까지는 지방 국립대학과 일부 사립대학도 특성화된 교육과 정부 지원을 통해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

수도권 집중은 갈수록 심각

1970~1990년대만 해도 대학 교육의 희소성이 높았고, 지방 국립대학들은 각 지역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었다.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충남대 등은 수도권 대학 못지않은 명성을 자랑했고, 강원대 역시 지역 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지방 대학들은 경쟁력을 잃어 갔고, 결국 오늘날의 위기에 봉착했다.

지방대 위기의 주요 원인은 우선, 수도권 집중 현상과 인재 유출이다. 대한민국 수도권 집중은 단순한 지역 불균형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병폐이며, 정치·경제·사회 모든 면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수도권은 이미 인구 과밀, 부동산 폭등, 교통 마비, 환경 오염, 교육·의료 불균형 등 온갖 사회적 문제의 집결지가 됐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의 수도권 선호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고, 이는 대한민국의 장기적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다. 대학 입시에서도 수도권 대학의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아지면서 지방 대학은 충원율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또 취업 경쟁력 저하다.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는 취업이다. 수도권 대학들은 대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면서 취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만, 지방 대학은 이와 같은 인프라가 부족하다. 결국 학생들은 지방 대학을 선택할 이유를 점점 더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다 재정난과 교육의 질 저하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해 등록금 수입이 줄어들면서 지방 대학들의 재정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며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이다.

차별화된 특성화 전략 수립

또 청년 인구 감소는 지방 대학에는 치명타다. 이제 지방 대학은 절박감으로 살아남기 위한 일대 혁신을 해야 한다. 즉 지방 대학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신입생을 한 명이라도 더 붙잡기 위 인센티브 확대방안과 같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차별화된 특성화 전략 수립이다. 지방 대학들이 수도권 대학과 동일한 방식으로 경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정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다 글로벌 연계 및 온라인 교육 확대다. 지방 대학들은 해외 대학과 협력해 국제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지방대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 발전과도 연관된다. 지금이야말로 지방 대학들은 ‘생존 수영’을 해야 할 만큼 절박하다. 어느 지방 대학이 죽든 살든 수험생과는 관계가 없다. 대학이 갑이 아니라 수험생이 갑인 시대다.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는 총장, 창의적인 커리큘럼을 짜기 위해 고민하는 학과, 제자들의 고통과 성공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교수, 대학을 지역발전의 거점으로 사랑하는 주민들이 있는 지방 대학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 지방 대학은 이를 인식해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격언은 학령인구 급감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지방 대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고된 일을 준비 없이 맞닥뜨리는 거야말로 무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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