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처럼 등장해 한국 대중음악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가수 휘성(43)이 지난 10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를 기억하는 가요계 동료들과 팬들의 추모 물결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오는 15일 휘성과 합동 콘서트를 갖기로 했던 가수 KCM은 11일 인스타그램에 국화꽃 사진과 함께 "3월 15일에 만나자며…성아 미안해"라는 글로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KCM은 대구에서 휘성과 합동 콘서트 '더 스토리'(The Story)를 앞두고 있었으나 휘성이 전날 세상을 떠나면서 공연이 취소됐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옥주현은 인스타그램에 과거 휘성과 보컬 레슨을 수강했던 일화를 전하며 추억을 회상했다.
옥주현은 "몇 시간 동안 방음벽 코앞에 서서 소리를 모으는 록 보컬 레슨도 즐거웠고, 다양한 레슨을 시도하고 탐구하며 너무나 신나 했다"며 "보컬 레슨 동지였던 그 시절의 네가 내게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었는지 잊지 않고 산다"고 적었다.
이어 "활화산 같은 열정으로 음악하며 생기 넘치던 그 모습의 너로 그곳에서 행복하기를…누나도 기도하고 기억할게"라고 추모했다.
래퍼 버벌진트도 인스타그램에 검은색 사진을 올리고 "함께했던 순간들 모두 영광이었고 고마웠어. 너무 고생 많았어. 편히 쉬길 휘성아"라고 썼다.
버벌진트와 휘성은 과거 PC통신 나우누리 흑인음악 동호회 에스앤피(SNP)에서 함께 활동했던 인연이 있다.
윤민수는 "휘성아 그곳에선 마음 편히 노래하고 음악 하자. 너의 맑고 순수함 잊지 않을게"라며 "나중에 다시 만나서 또 함께 노래하자"라는 글을 남겼다.
걸그룹 마마무 솔라는 "마마무 데뷔 전 아무것도 몰랐던 저희와 멋진 노래 만들어주시고 불러주셔서 감사하다"며 "멋진 음악들 잊지 않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남겼다.
가수 김창열은 "안타깝고 미안하다. 그곳에선 아프지 말길…"이라고 추모했다.
그룹 2AM 창민은 휘성에 대해 "정말 닮고 싶었던 아티스트"라며 "기억하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라고 적었다.
방송인 장성규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음악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전했다.
래퍼 피타입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점 하나를 같이 찍어준 아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추모의 뜻을 밝혔다.
이외에도 가수 세븐, 스테이씨, 이루, 래퍼 노엘 등 동료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생전 휘성의 명곡을 사랑했던 팬들도 휘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음원 사이트를 찾아 추모의 글을 남기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한 누리꾼은 휘성의 생전 마지막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고등학생 시절 제 우상이셨다. 뵌 적은 없지만 항상 노래 알려주는 형 같은 사람이었다. 그곳에선 행복하시길 바란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또다른 누리꾼들은 "내 10대는 온통 너였다. 지켜봐줘. '하늘에서'...언젠가 한번 찾아와줘 '하늘을 걸어서'", "나의 희로애락과 함께 했던 노래들을 아름다운 목소리로 불러줬던 한 사람의 목소리를 앞으로는 새로이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음악으로 많은 위안 받았다. 그 곳에선 나의 기도가 위안이 되시길" 등의 추모 메시지로 고인을 애도했다.
휘성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가 출연을 예정했던 공연은 연이어 취소되고 있다.
오는 23일 광주 조선대학교 해오름관에서 예정됐던 '휘성 화이트데이 콘서트'도 이날 공연 취소 사실이 공지했다.
공연기획사 티제이컴퍼니는 공지와 함께 "휘성의 콘서트에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깊은 애도를 보낸다"고 밝혔다.
휘성은 2002년 '안 되나요'로 데뷔해 그해 신인상을 휩쓸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2003년 2집을 발표, 'With Me', '다시 만난 날', 'I'm Missing You' 등의 수록곡이 많은 사랑을 받으며 가수로써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이듬해인 2004년에는 3집을 선보였는데 당시 타이틀 곡인 '불치병', 그리고 2005년 발매한 4집 타이틀곡 'Good Bye Luv' 등이 연이어 지상파 음악 방송에서 1위를 기록하며 '안 되나요' 이후 4연타 홈런을 날렸다.
이후에도 '결혼까지 생각했어', 'Insomina', '가슴 시린 이야기', 사랑은 맛있다', '놈들이 온다', 'Special Love' 등의 히트곡을 남기며 음악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음반에 작사, 작곡, 피쳐링 등으로 다양하게 참여한 것은 물론, 음반 프로듀서나 가수들의 보컬 트레이너 역할까지 하면서 팔방미인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서울 광진경찰서는 휘성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점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 당시 그의 주변에는 주사기가 놓여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외부 침입 흔적이나 타살 정황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국과수는 12일 오전 휘성의 시신을 부검해 약물 투약 여부 등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조사 진행 중인 상황에 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휘성은 2020년 수면 마취제를 투약했다 쓰러져 경찰 조사를 받았고, 결국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이듬해 징역형의 집행 유예를 선고받았다.
유족 측은 부검 이후 따로 고인의 빈소를 차리지 않고 화장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휘성의 소속사 타조엔터테인먼트는 "갑작스러운 비보로 인한 유가족분들의 큰 충격과 슬픔으로 장례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가족들의 마음이 추슬러지는 대로 장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장례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친지들과 지인들만이 참석해 조용히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