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구속기소된 지 40일 만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7일 구속 상태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이 낸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됐다고 봐야 한다며 구속 기간은 날이 아닌 실제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수사 관계 서류 등이 법원에 있었던 기간을 구속 기간에 산입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속 기간에 불산입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신체의 자유, 불구속 수사 원칙에 비춰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설령 구속 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된 것이라 하더라도 구속 취소 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사수사처 수사 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돼 있지 않고 공수처와 검찰은 서로 독립된 수사기관인데 아무런 법률상 근거 없이 형소법이 정한 구속 기간을 서로 협의해 나눠 사용했고, 그 과정에서 신병 인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취소 결정을 하는 것이 타당하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법원에 구속취소 필요성을 설명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고, 재판부는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심문에서는 윤 대통령 측이 구속기간 만료 후 이뤄진 불법한 기소라며 즉시 석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은 검찰이 지난달 25일이었던 구속 기한이 지난 뒤 26일 윤 대통령을 기소했으므로 위법한 구속이라고 항변했다.
체포적부심사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든 시간을 모두 시간, 분 단위로 계산해 구속 기간에 산입하면 윤 대통령의 구속 기한이 지난달 25일에 만료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했고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반박하며 구속취소 청구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속 기간이 지났다는 주장에 대해선 "형사소송법이나 지금껏 법원 판례에 따르면 구속 기간은 시간이 아닌, 날로 계산하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유효한 구속 기간 내에 적법하게 기소됐다"고 반박했다.
또 "구속 기소 이후 아무런 사정 변경이 없어 여전히 증거인멸의 염려가 크다"며 "불구속 재판이 이뤄질 경우 주요 인사, 측근과의 만남이 많을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당시 윤 대통령 측과 검찰의 의견을 들은 뒤 양측에 열흘 이내에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서울중앙지법이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데 대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실 명의의 언론 공지에서 "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보여주기식 불법 수사가 뒤늦게나마 바로 잡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국민과 함께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복귀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환영한다"며 "애초에 구속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법치가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법원의 현명한 결정을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을 한 데 대해 "내란수괴 석방이 웬말인가"라며 검찰에 즉시 항고할 것을 촉구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이번 법원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과는 전혀 무관하며 탄핵 심판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의 운명이 걸려 있는 탄핵심판 선고는 전례를 고려해 이르면 다음주 께 선고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5일 재판관 평의를 열어 윤 대통령 탄핵사건을 심리한데 이어 7일에도 평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5일 변론 종결 이후 철저한 보안 속에 주요 쟁점에 대한 집중 심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금요일 선고'이다. 앞서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건 선고가 모두 금요일에 이뤄진 점을 들어 이번에도 이를 참고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헌재는 통상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선고하지만 대통령 탄핵심판 등 국가적 파장이 큰 사건의 경우 별도로 선고기일을 지정했다. 선고일이 금요일이면 다음날이 휴일이라 사회적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금요일 선고'를 가정하고, 앞선 두 차례 탄핵심판 선고일까지 걸린 시간을 적용할 경우 오는 14일 선고 가능성이 오르내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론이 끝난 뒤 14일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후 선고가 이뤄졌다.
헌재가 오는 17일까지 별도의 변론 일정을 잡지 않은 만큼 그 안에 선고가 이뤄질 것이라는 해석과 맞물려 14일 선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4월 재·보궐선거 일정까지 고려해 '11일' 또는 '13일' 선고를 점치기도 한다.
헌재는 향후 재판부 평의를 거쳐 선고기일을 고지하고, 선고 생중계 여부도 함께 알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