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출신 심재휘 시인이 시집 ‘두부와 달걀과 보이저’를 상재했다.
다정하고 온기 어린 언어로 독자들에게 깊은 시적 울림을 전해온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생활 속에서 발견한 섬세한 감각과 삶의 깊이를 담아냈다.
‘막 일어서는 파도도 좋고/꽃이 필 사월도 좋지만 나는/다정한 모두부의 윤곽을 더 사랑하네’(모두부를 시켜놓고中)
심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두부, 달걀, 간장과 같은 익숙한 식재료부터 계절과 날씨, 한낮의 매미 소리까지 생활 속 작은 순간들에 시선을 멈춘다.
‘이 아픈 생각의 끝보다 더 멀리 가는 당신 도착은 없이 가기만 하는 당신 가다가다 한 번은 돌아보며 손을 흔들어 주세요 나는 여태 이곳이어서 하현에 몇 자 적어 보냅니다’(보이저中)
이번 시집은 한 끼의 식사처럼 부드럽고 안온한 일상을 포착하면서도 동시에 더 넓은 세계로 확장된다. 부드럽지만 단단한 윤곽을 가진 두부에서, 끝없이 세계의 경계를 넓히며 어둠 속으로 나아가는 보이저까지 시인은 생활에서 세계로 시선을 확장하며 독자들에게 평범한 것들 속에서 다정하고도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심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우리 삶을 구성하는 일상적 요소들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우주처럼 크고 깊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 그리고 매일같이 세계를 가늠해 가는 일이 작지만 거대한 여정임을 시로 담아냈다. 문학동네 刊, 96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