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꽃물이 꿀물로 바꾸는 벌의 신통력<1272>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여왕벌이 저정낭의 아가리를 꽉 닫고 알을 낳으면 알(미수정란)이 제 혼자서 발생해 반수체(n=16)인 수벌이 되니 이런 것을 처녀생식이라 한다. 그래서 수벌염색체는 여왕벌이나 일벌염색체(2n=32)의 반이다. 그런데 여왕벌이 저정낭 입구를 활짝 열고 산란하면 생식세포인 정자가 흘러나와 난자와 합쳐져서 배수체(2n)인 수정란이 되고, 그것이 발생하여 유전적으로 똑같은 여왕벌과 일벌이 된다. 원래 암컷인 일벌의 산란관이 독침으로 변한다고 했다. 다른 벌 무리와는 달리 벌침에 낚시미늘 같아서 침입자를 쏘면 상대 몸에 박혀버려 독침이 꽁무니에서 빠지고, 따라서 죽고 만다.

그런가 하면 독침이 없는 거무스름한 수벌은 마냥 팽팽 놀다가 이른 봄 여왕벌과 혼인(짝짓기)비행하고는 죄다 죽거나 무리에게서 쫓겨나고, 죽임을 당한다. 알다시피 꽃이란 다름 아닌 식물의 생식기다! 동물들은 생식기를 사타구니에 숨겨두거나 몸속에 넣어두는데, 식물은 덩그러니 바깥에 매달았다. 그리고 곤충을 끌어들이려고 오만가지 향기에다 더없이 달콤한 꿀물까지 만들어 놓는다. 세상에 가짜는 많아도 공짜는 없는 법이라 한다지. 곤충들이 꿀물을 얻는 대가로 꽃가루를 옮겨주니 말이다. 서로 공생한다.

꿀벌이 1㎏의 꿀을 따려면 560만개의 꽃을 찾아야 한단다. 그런데 묽은 꽃물(nectar)이 달콤한 꿀물(honey)로 바뀌는 데는 벌의 신통력이 숨었다. 80%가 수분인 꽃물을 위(밥통)효소로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한 다음 게워서 벌집에 채우고, 날개를 흔들어 물이 20%로 줄 때까지 말린다. 그리고 꽃가루(bee pollen)는 꿀 모으기를 하다가 덤으로 얻는다. 꽃의 꿀샘에 깊숙이 머리를 처박아 전신 가득 난 부숭부숭한 털에 꽃가루가 잔뜩 들어붙기 마련이다. 그러면 다리로 쓱쓱 쓸어 모아 양쪽 뒷다리에 있는 옴폭 들어간 꽃가루주머니에다 꼭꼭 짓눌러 노란 경단을 만들어 매달고 와 어린 새끼를 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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