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2보]법원, 홈플러스 회생 절차 개시 결정…리스부채 제외한 금융부채 2조원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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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하락으로 금융기관 자금 대출 축소 우려…사전예방 차원"
채권자협의회, 회사와 재무구조 개선 협의…현 임원 회사 경영 유지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녈 정상 영업"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2025.3.4 사진=연합뉴스

대형 유통업체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금융기관에서 운영자금 대출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4일 오전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1997년 9월 삼성물산이 대구에 첫 점포를 낸 지 27년여만이다.

법원은 홈플러스에 대해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하고 회생 절차 중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이날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며 "회생절차 신청은 사전예방적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달 28일 공시된 신용평가에 온오프라인 매출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의 개선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신용등급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까지 물품대급 미지급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신용등급 하락으로 금융기관에서 운영자금 대출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선제적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녈의 영업은 정상적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1999년 테스코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후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고 옛 까르푸를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장해오다 2015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넘어갔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9월 7조2천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천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이후 MBK는 홈플러스를 경영하면서 점포 20여개를 팔아 4조원가량 빚을 갚았다. 그러나 내수 경기 침체와 오프라인 유통업 부진과 경쟁 심화 등으로 유동성이 악화하면서 지속 운영이 어려워졌다.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2025.3.4 사진=연합뉴스

특히 홈플러스의 EBITDA(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규모는 경상 설비투자(CAPEX), 임차료(리스부채 원리금 상환 포함), 자본 비용 등 자금 지출에 대응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납품업체의 선택에 따라 한두 달 뒤 대금을 지급해주기로 하면서 정산 지연 이자를 주는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잔여 계약기간 모든 임차료를 계상한 리스부채를 제외하고, 운영자금 차입을 포함한 금융부채가 약 2조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은 4조7천억원이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회생 계획이 확정되면 금융채권자들과 조정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홈플러스는 부채비율이 지난 1월 말 기준 462%로 1년 전보다 1천506%포인트 개선되고 직전 12개월 매출은 7조462억원으로 2.8% 신장했다고 강조했다. 회생결정이 이뤄지면 금융채권 등이 유예돼 금융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현금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매출 대부분이 현금으로 이뤄지는 유통업 특성상 한두 달 동안 1천억원의 잉여현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10년 넘게 이어진 대형마트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구매채널의 온라인 이동, 쿠팡 및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업체) 등 이커머스 업체의 급격한 성장 등 삼각 파고에도 3년 연속 매출 성장을 달성하며 영업 실적 개선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등급이 하락해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잠재적 자금이슈를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회생절차를 신청했으나 임직원과 노동조합, 주주 모두가 힘을 합쳐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이날 홈플러스 대표자 심문을 한 뒤 신청 11시간 만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선제적 구조조정은 지급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현재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수개월 내에 자금부족 상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회생절차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홈플러스는 현재 대금결제 등과 관련한 문제는 없지만 지난달 28일 자로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돼 금융조달비용 상승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오는 5월께 자금 부족 사태가 예상된다고 법원은 설명했다.

법원은 회사 규모와 거래량을 고려하고,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별도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 대표가 관리인으로 간주되며 현재 임원진이 그대로 회사를 경영하게 된다.

채권자협의회는 회생절차 관련 자문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을 선정해 홈플러스와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협의를 하게 된다. 또 채권자협의회의 추천을 받아 선임될 구조조정 담당임원(CRO)이 회사의 자금수지 등을 감독하게 된다.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결정과 함께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 결정'도 함께 발령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회생 신청 전과 동일하게 정상 영업을 계속하면서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다.

홈플러스는 협력업체 및 가맹점주와의 계약, 오는 12일까지 예정된 창립기념 할인행사 '홈플런' 등을 이전과 변함없이 그대로 이행하면 되고 온오프라인을 통한 물품판매와 대금결제 역시 정상적으로 진행하면 된다고 법원은 설명했다. 직원과의 근로관계 유지 및 임금 지급 등도 회생 이전과 마찬가지로 가능하다.

회생절차 개시에 따른 채권자목록 제출기간은 오늘 18일까지, 채권신고기간은 다음달 1일까지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오는 6월 3일까지다.

[다음은 홈플러스 설립부터 회생신청까지 주요 일지]

▲ 1997년 9월 4일 =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구 홈플러스 1호점 개점

▲ 1999년 3월 23일 = 테스코, 삼성물산 유통부문 경영권 인수

▲ 1999년 4월 20일 = 삼성물산-테스코 합작투자 회사 '삼성테스코' 설립

▲ 1999년 6월 = 테스코, 홈플러스 지분 81% 확보

▲ 2001년 9월 13일 = 10호점 김포점 개점

▲ 2001년 10월 = 매출 1조원 돌파

▲ 2002년 2월 = 테스코, 홈플러스 지분 89% 확보

▲ 2002년 3월 11일 = 온라인매장 'e홈플러스' 운영

▲ 2002년 10월 24일 = 20호점 동광주점 개점

▲ 2002년 11월 3일 = 매출 2조원 돌파

▲ 2004년 6월 29일 = '홈플러스 슈퍼익스프레스' 1호점 개점

▲ 2005년 1월 19일 = 부산·경남지역 유통업체 아람마트 인수

▲ 2008년 5월 14일 = 이랜드그룹 홈에버(옛 까르푸) 인수

▲ 2011년 6월 = 테스코, 홈플러스 지분 100% 확보

▲ 2013년 2월 20일 =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사퇴

▲ 2015년 6월 = 테스코, 홈플러스 매각 착수

▲ 2015년 9월 7일 =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지분 100% 인수 계약 체결

▲ 2016년 4월 = MBK파트너스, 일부 매장 매각 후 재임차 추진

▲ 2016년 6월 14일 = 5개 점포 매각 후 재임차

▲ 2020년 8월 = 홈플러스 노동조합, 매장 폐점·매각 중단 요구

▲ 2024년 6월 =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작업 돌입

▲ 2025년 3월 4일 =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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