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에서 활동 중인 이종현 시인이 생애 첫 시조집 ‘아내, 활을 쏘다’를 출간했다.
책을 펼치기에 앞서 시인의 이력이 눈길을 끈다. 대한 장애인역도연맹 현역 상임심판으로 활동 중인 이종현 시인은 30여 년간 독학으로 시조의 정수를 터득해냈다. 문학의 많은 갈래 중 오직 시조만을 바라본 시인은 시의 서정을 정형의 틀 속에 담아내며 함축된 언어의 심미성을 전한다.
“고단한 흔적들 방바닥에 부려 놓고/뒤척이는 밤을 다독이지 못했다/일어나 기대앉은 상처 눈치채지 못했다”(등을 읽다 中)
작품 해설을 맡은 이영춘 시인은 “이종현 시조는 사소한 일상적인 것들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확장하여 삶의 이치와 보편적 진리를 창출해내는 역량이 남다르다”고 평했다. 부단히 시조만을 생각해온 세월, 시인은 일상 속 풍경을 작품으로 승화했다. 아버지의 쓸쓸한 등을 떠올리며 써내려간 시조는 마음 속 깊은 곳 숨겨둔 아쉬움과 회한을 매만진다.
“절실함이 없는 시조놀이에 빠져/집 한 채 짓지 못하고 뒤척이다/이제야 서까래 올리는데/낯이 뜨거워져 옵니다”
생애 첫 시조집을 펴내며 느꼈을 긴 소회를 짧은 시어들로 대신한 시인. 그의 인사는 삶과 밀착된 시어들로 보편적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시조의 맛과 멋을 놓치지 않은 삶을 닮았다. 30여 년의 여정이 빚어낸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시조의 미학을 소개한다. 실천문학 刊. 124쪽. 1만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