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일보가 주최한 허균문학작가상(제7회) 수상자인 김숨 소설가가 연작 소설집 ‘무지개 눈’를 펴냈다.
다섯 명의 시각장애인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단편소설을 엮어 만든 이번 소설집은 ‘오늘 밤 내 아이들은 새장을 찾아 떠날 거예요’, ‘파도를 만지는 남자’, ‘빨간 집에 사는 소녀’, ‘검은색 양말을 신은 기타리스트’, ‘무지개 눈’ 등 5작품이 수록됐다.
시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시각 중심의 관점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었던 또 다른 세계를 이야기하는 이번 소설집은 시각장애인의 삶과 세계를 문학적 시선으로 그려내며 정체성과 연대의 다양성을 탐구한다.
작품 속 화자들은 선천성 전맹인, 저시력자, 후천성 전맹인, 중복장애인 등 다양한 유형의 시각장애인로 각 화자들의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전개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보이지 않는 끈이 이들을 연결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김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화자의 기억과 감정에 따라 시, 희곡, 독백 등 다양한 서술 형식을 넘나들며, 점자, 볼드체, 기울임체 등 시각적 효과를 활용해 독자가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이러한 형식은 독자가 익숙한 방식으로 화자의 삶을 관찰하고 판단하는 대신 화자의 말을 끝까지 믿고 경청할 수밖에 없도록 이끄는 장치가 된다.
김 작가의 작품은 정체성과 연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윤리적 가능성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소설 속 인물들은 한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소설 전체를 통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삶의 진실된 형태를 탐구한다. 민음사 刊, 236쪽,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