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송복남 장편소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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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버리지니 필름’을 통해서 보게된
- 인간의 존재와 욕망에 대한 보고서

원주출신 송복남 작가가 장편소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을 상재했다. 120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인간의 욕망과 실존을 탐구하는 이 작품은 대한제국의 청계천에서 월스트리트까지 이어지는 광활한 서사 속에서, 자본주의적 욕망이 빚어낸 기괴한 실험을 추적한다.

소설은 ‘그랑호텔’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곳의 투숙객들은 부의 영속성을 갈망하며, 영혼이 물질이라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기묘한 여정을 떠난다. 이야기의 발단은 1906년 대한제국에서 열린 한 무당의 영혼결혼식이다. 이 신비로운 의식은 한 미국인에 의해 기록되고, 이후 ‘애버리지니 필름’이라는 영상 자료로 남겨진다. 1999년 이 필름을 토대로 영혼의 물질성을 입증하려는 실험이 감행되며, 투숙객들은 그 증거를 찾기 위해 각지를 떠돈다. 소설의 주인공 이과수는 그랑호텔의 직원으로, 투숙객들의 의뢰를 받아 필름을 추적하는 여정에 나선다. 그의 발걸음은 뉴욕, 마이애미, 서울, 단양 도담삼봉, 그리고 아르헨티나 산하비에르까지 이어지며, 각 장소에서 투숙객들의 욕망과 그에 따른 실존적 고뇌를 목격한다. 그 과정에서 소설은 철학적 담론을 녹여내며, 인간의 본질적 욕망과 이를 둘러싼 사회 구조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작품 속에는 시대를 대변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5670세대는 자신들이 구축한 사회 체제를 유지하려 하고, 그들에 의해 좌절감을 느끼는 MZ세대는 분노와 허무를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 신자유주의적 구조, 그리고 세대를 초월한 인간 본성의 문제를 치밀하게 직조해낸다. 소설은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가지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물질적 풍요와 영적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성찰과 강렬한 여운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송작가는 “어디로 우리의 욕망이 가고 있는지, 그 욕망의 저력에 대한 도덕성과 윤리를 ‘양심의 힘’으로 묻고 싶었다”며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양심”이라고 말했다. 시방사유 刊. 776쪽. 2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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