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조선의 르네상스를 써내려간 여인들”

◇홍숙희 作 ‘두 여류작가의 빛’

강릉에서 활동 중인 홍숙희 작가가 장편소설 ‘두 여류작가의 빛’을 펴냈다.

홍숙희 작가는 예술과 학문이 꽃피었던 14~16세기 강릉을 배경으로 소설적 상상력을 펼쳤다. 시들지 않는 예술혼을 불태운 화가 신사임당과 굴곡의 삶을 시로 승화했던 시인 허난설헌. 다른 시대, 다른 삶을 삶았던 두 여성 예술가는 소설 속에서 함께 호흡한다.

서사의 시작은 500여년의 세월을 지나 모습을 드러낸 고서화다. 여류화가의 산수화로 추정되는 작품은 묵은빛과 먼지 조각으로 사라져 버리자 현대를 살아가는 등장인물 ‘윤슬’은 고서화의 작품이 신사임당 또는 허난설헌일 것이라고 추축하며 역사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시대를 넘나들며 뻗어나가는 소설 속에서 다수의 등장인물은 서로의 관계성을 긴장감 있게 유지하며 사건을 이끌어간다. 소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작품처럼 바스라진 여류 작가들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며, 예술의 가치를 되묻는다.

작품은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을 중심으로 단테, 다빈치, 허균, 안평대군, 안견 등 다수의 예술가를 등장시키며 경계를 허무는 상상력을 선보인다. 끝내 역사의 불협화음을 넘어서며 손을 맞잡는 여성들의 서사는 ‘엄마’와 ‘아내’, ‘딸’이라는 단편적인 모습으로 기억됐던 이들의 매혹적이고 신선한 면모를 재조명한다.

홍숙희 작가는 “두 여류 작가에게 학문의 길을 열어준 강릉의 역사를 되짚으며 사색의 실마리를 풀어가고 싶었다”며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어떻게 소설로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지를 두고서 갈등의 연속이었는데, 신사임당과 허초희의 부활에 초점을 맞추고 화해를 돌출해 내고자 했다”고 작품을 펴내는 소회를 전했다. 북인 刊. 196쪽. 1만4,000원.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