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 중국대사가 내외신을 상대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최근 보수진영 일각에서 강한 반중(反中) 정서가 확산하는 상황을 두고 "중국을 카드로 삼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6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다이빙 대사는 전날 저녁 주한중국대사관에서 국내외 10여개 언론사를 초청해 진행한 간담회를 통해 일부 세력이 중국의 선거 개입 등 주장으로 반중·혐중 음모론을 확산시키고 있는데 대한 입장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런 세력들이 한국의 극소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한국사회 전반을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들은) 강한 파괴력을 가지고 중한관계 발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런 (반중) 집회가 계속 발생하면 한국의 이미지에도 도움이 안 된다"면서 "중국 관광객에게도 나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이 국내의 문제를 잘 처리할 능력과 지혜를 갖고 있다고 믿지만,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사안이 있으면 적절한 방식으로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며칠 전 한 남성이 대사관 난입을 시도하는 극단적 사건이 발생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사는 그러면서도 "기쁘게 보는 것은 중한 양측 외교 소통 채널이 순조롭게 구축되어 있고 우리 노력의 방향도 일치한다는 것"이라며 "중한관계를 잘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가 천 가지라면, 악화시켜야 하는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하반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 방한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으로서는 확답이 어렵다"면서도 "베이징은 한국 측 소망을 중요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이 시행한 한국 대상 무비자 정책에 대해서도 "이후 한국의 중국 관광객이 60% 늘었다"면서 "양국 관계에 유익하다면 앞으로 바꿀 이유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최근 한국 당국의 중국산 인공지능(AI) '딥시크' 다운로드 제한 조치에 대해선 "기술·과학 문제를 안보화, 정치화하고 차별적 대우를 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보화 시대 유출 우려는 딥시크만의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한 번도 기업이나 개인에 불법적 방식의 데이터 수집, 저장을 요구한 적 없다"면서 "일시적 금지령이 이른 시일 내에 해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최근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철골 구조물을 설치했다는 보도와 관련, 비상계엄 사태로 취약한 한국 상황을 이용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중국은 남의 위기를 이용하지 않는다"라며 "시설 구축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이 한국에 대중 압박 동참을 요구할 것이란 예상에 대해선 "미국을 일방적으로 선택하고 중국의 방대한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라면서 "중국 시장에서 이 시기 철수하면 3∼5년 뒤 다시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북러밀착으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러북관계 발전은 중북관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북핵문제 해법에 대해서는 "중국이 제기한 쌍궤병진, 단계적 동시 행동의 원칙에 따라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그는 안성 고속도로 건설 현장 붕괴 사고 희생자들에 애도의 뜻을 표하며 한국이 실질적 조치를 취해 중국인 노동자의 안전과 권익을 지켜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중국인 노동자도 2명이 숨졌다.
주한 중국대사가 내외신을 상대로 기자 간담회를 연 것은 이례적이다. 주유엔 부대사 등을 지내고 지난해 12월 부임한 다이 대사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등 소통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