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를 배경으로 한 이인직(1862∼1916)의 신소설 ‘치악산(雉岳山·22X15cm)’ 초판본이 경매 시장에 나온다.
문화·예술 분야 경매업체인 코베이옥션은 다음 달 5일 열리는 온라인 경매에 1908년 유일서관이 발행한 ‘치악산’을 비롯해 모두 600여점을 출품한다고 24일 밝혔다. ‘치악산’은 ‘혈의루·귀의성·은세계’ 등 이인직이 펴낸 네 편의 신소설 가운데 하나로, 이례적으로 귀의성(춘천 삼악산), 은세계(강릉 대관령) 등과 함께 강원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는 친일문학의 대표 인물인 이인직이 일제의 우수성을 드러내기 위해 강원도의 지형을 활용, 단절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교육을 받지 못해 야만하다는 인식을 심기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 치악산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명랑한 빛도 없고, 기이한 봉우리도 없고 시꺼먼 산이 너무 우중충하게 되었더라”라는 묘사가 소설 시작 부분에서 부터 등장한다. 이 소설의 표지에는 ‘연극신소설’이라는 부제가 붙여있으며, 본문의 형태는 ‘대화체’로 창극으로 개작해 무대에 올린 ‘은세계’의 형태와 유사하다. 하지만 두 달여 먼저 발행된 ‘치악산’이 무대에 올려지지 못한 것은, 가족 내의 갈등과 신구사상의 충돌을 다루고 있어 ‘은세계’가 품은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강조한 신여성이라는 주제면에 밀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 경매되는 치악산은 상권이며, 하권은 1911년 김교제에 의해 출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 시작가는 2,000만원이다. 한편 이번 경매에는 삼국사기(三國史記)와 한국 최초의 신소설 ‘혈의루’, 백석의 시집 ‘사슴’ 초판본도 선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