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강원의 점선면]바닷길을 따라 물든 불교문화…해양교류 독특한 양식 꽃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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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사지(中)
강릉·양양, 바닷길 따라 퍼진 불교문화

강원도의 불교문화는 단순히 산속 깊은 곳에서만 번성한 것이 아니다. 강릉과 양양 지역은 동해를 끼고 자리하며, 바닷길을 통해 전파된 불교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바다와 맞닿은 사지들은 해양 교류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으며, 이 지역의 불교 유적들은 당시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일부로 기능했음을 보여준다.

◇ 해안 사지의 형성과 특징

강릉과 양양에는 고려 시대부터 조성된 여러 사지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강릉의 굴산사지(屈山寺址)는 신라 구산선문의 하나로, 선종 불교가 꽃피운 중심지였다. 굴산사는 중국 당나라에서 돌아온 범일국사가 창건한 사찰로, 한반도 동해안에서 불교문화가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바다와 가까운 위치 덕분에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졌고, 선불교 사상이 퍼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양양의 진전사지(陳田寺址) 또한 고려 시대 불교문화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 이곳에서 출토된 다양한 불교 유물들은 강원도의 불교문화가 내륙뿐만 아니라 해안을 따라 확산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진전사지 삼층석탑은 당시 해양교류를 반영하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강릉과 양양의 해안 사찰들은 불교 문화와 함께 지역 공동체의 신앙적 중심 역할도 수행했다. 어촌 마을 주민들은 사찰을 찾아 풍어를 기원하고, 해난을 방지하는 의식을 거행했다. 이러한 신앙적 전통은 현재까지도 이어지며, 지역 문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

◇ 바닷길과 불교의 확산

해안을 따라 형성된 사찰들은 단순한 수행처가 아니라 교류의 장이었다. 강릉과 양양은 바닷길을 통해 중국 및 일본과 연결되는 중요한 요충지였다. 불교 경전과 불상, 사찰 건축 기술 등이 바닷길을 통해 유입되었고, 승려들은 이곳을 거점으로 수행하며 불교 사상을 전파했다. 이러한 흐름은 신라와 고려 시대에 더욱 두드러졌으며, 고려 불교가 국제적 성격을 갖게 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특히, 강릉과 양양의 사찰들은 해양 신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닷길을 오가는 이들에게 사찰은 단순한 기도처가 아니라 보호를 비는 장소였다. 어민들과 상인들은 출항 전후로 사찰을 방문해 무사귀환을 기원했고, 사찰 역시 그들에게 의지하며 경제적 자립을 이루어 갔다.

이러한 해양 불교문화의 확산은 한반도의 불교 전파 방식과도 연결된다. 육로를 통한 전파뿐만 아니라, 바닷길을 이용한 해상 불교 전파가 활발했다는 점에서 강릉과 양양의 사찰들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해양 활동이 활발했던 고려 시대에는 불교 의식과 해양 신앙이 결합된 다양한 의례가 존재했으며, 이는 사지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 사지 보존과 활용 방안

강릉과 양양 지역의 사지들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훼손된 곳이 많다. 일부는 원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터만 남아 있는 상태다. 현재 굴산사지는 국가사적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으며, 추가적인 발굴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진전사지와 같은 사지는 아직까지 복원 및 보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해안 사지들은 단순한 문화재를 넘어 강원도의 불교문화와 해양 역사를 동시에 조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이를 활용하여 강릉과 양양 지역의 불교문화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체험형 관광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바닷길을 따라 형성된 불교문화의 흔적을 연결하는 탐방로를 조성한다면, 강원도의 역사적 가치를 더욱 빛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보존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단순히 유적지를 방문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양 불교문화와 연계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개발할 수 있다. 사찰과 연계한 명상 여행, 해양 불교문화 탐방로 조성, 해상교류사를 반영한 박물관 전시 등이 가능할 것이다. 더불어, 지역 주민들과 협력하여 사찰 주변 지역의 문화유산을 활성화하고,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강원도는 바다와 산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그 속에서 불교문화 또한 산속의 깊은 사찰과 해안가의 교류 중심지로서 다양한 색채를 띠며 발전했다. 원주의 강을 따라 형성된 불교문화가 있었듯이, 강릉과 양양에서는 바닷길을 통해 확산된 불교문화가 존재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는 것은 단순한 유적 답사를 넘어, 동아시아 불교문화의 큰 그림 속에서 강원의 위치를 조명하는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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