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출신 김파란 시인이 첫 시집 ‘헤어(Hehr)질 결심’을 펴냈다.
제목만 보면 영화 ‘헤어질 결심’을 떠올리게 하는 이번 시집 제목은 한국어의 어감과 달리 독일어 ‘Hehr’에서 비롯된 단어로 ‘숭고한, 고귀한’이라는 뜻을 가진다. 김 시인은 이 제목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생애의 희로애락을 숭고한 삶의 철학으로 승화시켰다.
4부로 구성돼 70편의 시가 수록된 이번 시집은 생애의 상처와 시련을 비극이 아닌 희극으로 삶을 풀어낸다. 김 시인은 고통과 시련은 삶의 필연적 요소지만 이를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편에 담아냈다.
‘단 한 번도 혼자인 적 없었다/단 한 번도 감정에 솔직했던 적 없었다/어렸을 때나 나이가 들어서나/몰려다니는 사람들 틈에 끼어/거부할 새 없이 끌려다녔다…’(낙엽中)
시는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낙엽처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려 다니는 삶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고독과 자아 상실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현대인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이번 시집은 넝쿨 식물 ‘라피도포라’가 제 몸에 구멍을 내거나 잎을 찢어서 광합성 작용을 하며 생존하는 것처럼 김파란 시인의 시는 인간의 삶이 성장하기 위해 상처와 시련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김파란 시인은 “어른이 되면 자연을 느끼는 대로 사람을 사랑하는 대로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나의 글들은 쉽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소소하게 느끼고 깨달은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받아 살아갈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파란 시인은 2024년 강원시조 신인 문학상으로 등단해 달무리동인회 대표로 활동 중이다. 밥북 刊, 141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