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들 중 사춘기에도 부모의 요구대로 공부 열심히 하고 충동적 행동을 억제하며 순종하면 ‘착한 아이’라고 칭찬을 받는다. 그러나 자녀의 순종보다는 감정적 연결이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고 방황할 때가 있기 때문에 주변의 가까운 사람과 진실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사춘기에는 급속한 성장과 신체적 변화로 심리적 갈등이 심하고 자유로운 아동기와 결별하는 상실감으로 우울한 느낌이 수반되며, 부모에게서 독립하려는 욕구로 반항심도 강하기 때문에 자기 조절이 쉽지 않다. 게다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공부로 압박이 심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부모가 자녀의 결정을 대신하며 과보호하거나 심한 통제를 가하면 자녀는 표면상 순종하게 되어 착하다는 칭찬을 듣게 된다.
그러나 대체로 사춘기 자녀는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뭐든 자기가 결정하려고 한다. 이 시기에 당연히 이루어야 할 임무, 즉 부모에 대한 심리적 의존에서 탈피해 자아를 형성하는 과제를 수행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의 과도한 통제와 지시에 순종하며 착하게 지내다 보면 자신의 생활을 선택하려고 시도하는 정상적인 반항기를 겪지 못해 부모를 위해 사는 것처럼 병적으로 의존하거나 질식당하는 괴로움을 느끼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청춘의 고뇌를 묘사한 작품을 많이 남긴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는 독실한 신자인 어머니가 종교적 신념과 의무감을 강요하며 자신의 문학 활동은 인정하지 않아 젊은 날에 갈등과 고통 속에서 방황하다가 한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도 성장기에 아버지로부터 강압적인 교육을 받은 결과, 20대에 우울증으로 큰 곤란을 겪었다. 근래 대학생 중에는 자신의 일을 부모가 대행하는 의존적인 경우도 적지 않다.
사춘기에 독립 욕구가 표출되지 못하면 더 늦은 시기에 부모의 뜻에 반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대학에 들어와 공부를 소홀히 하거나 결혼 후 이혼을 하며 부모의 기대와는 다르게 행동하고 갈등을 빚으며 늦게나마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려고 한다. 사춘기의 반항을 뒤늦게 나타내는 것이다. 너무 순종적인 자녀는 삶의 의욕과 활력을 상실하고 매사에 냉담해지기도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이유가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서가 아니라 부모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르고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압박이 심한 사춘기 자녀는 무엇이든 잃어도 그만이고 무엇을 해도 신나지 않으며 무기력하고 우울해지기 쉽다.
자녀에게 어느 정도의 반항심은 정상적이며 자신의 성장과 자립에 필수적이다. 자녀의 일탈행동에는 그 이면의 심리를 이해하고 지나친 통제나 과보호를 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부모가 통제를 줄이고 자녀의 독립을 존중하면 반항심은 감소된다. 오히려 자녀가 지나치게 순종적이라면 분노가 발산되지 못하고 내면에 축적되어 우울증에 빠질 수가 있다. 지나친 보호나 엄격한 통제수단으로 사춘기 자녀를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만들기는 어렵다. 자녀는 방황과 갈등, 고민과 결정의 힘든 과정을 직접 겪으면서 자아를 실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