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효석문학상 수상자인 예소연 작가가 소설 ‘영원에 빚을 져서’를 펴냈다.
반복되는 참사와 희생되는 사람들. 서로의 눈물이 마를 때쯤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참사가 남긴 상흔은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소설의 주인공인 동, 혜란, 석 세 사람을 통해 작품은 참사가 남긴 슬픔에는 유통기한이 없음을 말한다.
암으로 투병하던 어머니를 잃고 슬픔에 빠진 동. 그에게 연락이 뜸하던 친구 혜란이 석이 실종됐다는 연락을 해온다. 세 사람은 한 때 캄보디아에서 교육봉사를 하며 가까워진 사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던 이들에게 들려온 세월호 참사는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친구들과 달리 유독 슬픔의 길이가 길었던 석. 그는 이태원 참사 등 반복되는 참사에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주변사람들과도 멀어지게 된다.
각자의 삶의 무게에 짓눌려 두서 없는 석의 말을 들어줄 여유가 없었던 통과 혜란. 사라진 친구를 찾는 여정에서 두 사람은 비로소 석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타인에게 무관심했던 마음을 열게 된다. 수많은 상실을 겪은 채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삶에 소설은 상실은 극복하는 것도, 극복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고 답한다.
예소연 작가는 “영원에 빚을 져서는 실종된 친구를 찾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라진 사람의 흔적을 떠나 비로소 서로가 서로에게 연루된 존재임을 알게 되는 이야기”라며 “연루되는 일은 불가항력이지만 연루된 모든 존재를 놓치지 않고 톺아보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잠깐이라도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일을 계속해서 해나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작품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현대학 刊. 148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