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時, 삶의 슬픔을 껴안다

◇고철 作 ‘극단적 흰빛’

철원 출신 고철 시인이 최근 세 번째 시집 ‘극단적 흰빛’을 펴냈다.

작품 속 시들은 보육원 출신의 아이가 성장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지난한 과정을 담아냈다. 외로움과 슬픔을 껴안고 살아가야 했던 삶을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은 시인의 삶과 닮아있다. 어린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마음 기댈 곳 없이 외로움을 삼켜야 했던 시인의 삶은 투박하고도 깊이있는 문체가 되어 독자들을 울린다.

“끝닿은 낭떠러지처럼/한 발 물러설 수 없는/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때/깜깜해서야 집으로 왔다/돌아다니다가/별 성과도 없이 집으로 왔다”(극단적 흰빛 中)

고철 시인의 시는 차가운 삶의 터전에서 완성됐지만, 누구보다 따듯한 품과 사랑을 꿈 꾼다. 삶 속에서 마주하는 이질감과 모멸감, 서글픔과 분노에 잠기지 않고 고개를 돌려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시인은 공허와 외로움으로 가득찬 이들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진다.

지독히도 현실적인 단어들로 채워진 그의 시가 결코 차갑지 않은 이유는 시인의 희망 때문이다. 시린 겨울을 지나 돋아나는 새순처럼 하나 둘 세상에 나온 그의 시들은 독자들에게 잠시나마 숨 돌릴 숨구멍이 되어준다.

고철 시인은 “극단적으로 살아온 거 같은데 다행스럽게도 그 극단적 삶의 결과가 더럽게 느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며 “고백하자면 시 때문에 많은 위로를 받으며 살았다. 이제는 내가 시를 위로해 주고 싶다”고 시집을 펴낸 소회를 밝혔다. 시와에세이 刊. 136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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