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소상공인 디지털화, 과중한 부담 되어선 안 돼

‘배리어프리(Barrier-Free) 키오스크’ 설치를 의무화한 정부 정책에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올해 1월25일부터 15평 이상의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새로 키오스크를 도입할 때 ‘배리어프리’ 기기가 의무화됐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인식 및 안내, 화면 확대 등의 기능을 갖춘 주문용 무인 단말기다. 휠체어가 접근 가능한 공간이 확보돼야 하고,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거나 음성안내가 제공돼야 한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령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자와 의사소통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일반 키오스크보다 3~4배 더 비싸 자부담이 포함된 의무화 정책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는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코로나19로 키오스크는 빠르게 확산됐다. 패스트푸드 체인점과 극장, 카페, 터미널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장소에는 거의 다 있을 정도다. 키오스크 사용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93.6%)고 응답한 소상공인의 78%는 종업원을 평균 1.2명, 한 달 인건비를 138만원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고 한다. 구인난과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키오스크는 새로운 기회가 됐지만 고령자나 시각·청각 장애인 등은 작은 글씨, 음성 미지원 등으로 이용이 불편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운 이들에게 키오스크는 편리한 기기가 아니라 오히려 불편과 차별을 조장하는 셈이 됐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정책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문제는 갑작스러운 비용 발생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 키오스크 설치와 운영 비용에 대해 응답 업체의 61.4%가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러한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는 2022년부터 기기 비용의 70%를 지원하는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을 진행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들이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될 때까지 무기한 적용 유예를 촉구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과태료 대상이 돼 졸지에 범법자가 될 판이라고 호소한다.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소상공인의 실정을 고려해 달라는 의미다. 이제 소상공인들에게도 디지털 전환은 생존을 넘어 경쟁력 향상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소상공인들도 변화에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디지털화가 소상공인들에게 과중한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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