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수하물 선반 짐에서 타닥타닥" '176명 비상탈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원인은 보조배터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국토교통부, 양쪽 날개와 엔진은 손상되지 않은것 확인
박상우 장관 "철저한 원인 규명 통한 재발 방지책 마련"

◇ 지난 28일 오후 10시 30분께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꼬리 부분에서 불이 나 소방대가 진화하고 있다. 승객 등 170여 명이 모두 비상 탈출해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1.28 사진=연합뉴스

속보=설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10시 26분께 김해공항에서 17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한 원인 규명이 시작된 가운데, 사고 이후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선반 속에 있던 정체불명의 물체를 두고 진술이 이어지는 등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불이 난 항공기 승무원은 항공기 뒤쪽 주방에 있다가 닫혀 있던 선반 내부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는 것을 보고 관제탑으로 "계류 중인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승객들도 "선반 내부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해당 항공기 한 승객은 "기내 수하물을 두는 선반 짐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조금 있다가 연기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승무원이 '앉아 있으라' 하고서 소화기를 들고 왔는데 이미 연기가 자욱하고 선반에서 불똥이 막 떨어졌다"며 "'타닥타닥' 소리에 대해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 그런 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지난 28일 오후 김해공항 계류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내부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화재는 1시간 16분 만에 완전히 진압됐고 승객 170명(탑승 정비사 1명 포함), 승무원 6명 등 모두 176명은 비상 슬라이드로 모두 탈출했다. 2025.1.29 사진=연합뉴스

연기가 난 선반 인근 좌석에 앉았던 30대 부부는 "연기가 났을 때 승무원이 '고객님 안에 뭐 넣으셨어요?'라고 했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연기가 확 퍼졌다"고 말했다.

한 40대 승객은 "처음 봤을 때 불이 짐칸 선반 문 사이로 삐져나왔다고 전했다.

한 현직 기장은 자신의 SNS에 쓴 글에서 "항공기 보조 동력장치(APU)에서 불이 시작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면서 "선반 안에 있던 보조 배터리나 전자담배 훈증기 같은 수하물에서 불이 났거나 화장실 내 흡연, 기내 상부 전기 합선 등으로 화재 원인이 좁혀진다"고 추측했다.

에어부산 항공기에서는 지난해 12월 12일에도 보조배터리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났다.

당시 부산 김해공항 활주로서 이륙을 위해 이동 중이던 에어부산 BX142편 여객기 내부에서 갑자기 연기가 발생했다.

연기는 승객이 들고 있던 휴대전화기 보조배터리에서 비롯됐다.

객실 승무원이 기내 소화기로 곧바로 연기를 진압했지만 보조배터리를 들고 있던 승객 1명은 손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연기가 난 항공기는 활주로에서 방향을 돌려 다시 탑승 게이트로 돌아왔고, 에어부산은 전 승객을 하차시키고 대체편을 투입했다.

이외에도 보조배터리에 따른 항공기 화재 사고는 국내외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8913편에서 오버헤드빈에 있던 보조 배터리에서 연기가 나는 화재가 발생했다.

승무원들이 연기를 바로 꺼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고, 승객 273명을 태운 항공기는 예정대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해외에서는 지난해 1월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이었던 싱가포르행 스쿠트항공 여객기에서 승객의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9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소방당국, 공항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현장을 보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이 비상 탈출했다. 2025.1.29 사진=연합뉴스

배터리가 터지면서 발생한 불은 좌석에 옮겨붙었고, 비행기 이륙은 지연됐다.

같은 해 2월에는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중국 상하이로 가는 로얄 에어 필리핀 RW602 항공편에서 승객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나 해당 항공기가 홍콩으로 긴급 회항하기도 했다.

국내외 항공기에서 배터리 화재 사고 이어지면서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항공 위험물 운송기준에 따르면 리튬 메탈 배터리와 리튬 이온 배터리는 위험물로 분류돼 기내 휴대나 위탁수하물 반입이 기본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탑승객의 사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소량에 한해서는 운송이 허용된다.

먼저 리튬배터리가 장착된 전자장비(카메라·휴대전화·노트북 등)인 경우 리튬메탈배터리의 리튬 함량이 2g 이하이거나 리튬이온배터리가 100Wh 이하면 위탁수하물로 부치거나 기내 휴대가 가능하다.

리튬메탈배터리와 달리 충전이 가능한 리튬이온배터리는 100Wh 초과∼160Wh 이하일 경우 항공사의 승인에 따라 항공기 반입이 가능하다.

다만 보조배터리와 관련해선 리튬메탈배터리는 리튬 함량이 2g 이하, 리튬이온배터리는 100Wh 이하인 경우에만 기내 휴대만 가능하다. 보조배터리는 위탁수하물로는 부칠 수 없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전자기기 장착이나 보조배터리 여부에 관계없이 스스로 부풀거나 폭발하는 일이 자주 발생해 기내 휴대일 경우에도 탑승객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선반 등 손이 닿지 않은 곳에 보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뜻이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만약 수화물 문제라면 보조배터리 취급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사실 기내 휴대의 의미는 그 물건을 손으로 들고 관리하는 상태에서 타라는 뜻이다. 오버 헤드빈에 넣는 것은 기내휴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어부산과 공항공사 차원에서 제대로 홍보가 안 된 것인지, 승객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인지 다시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29일 오전 김해공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고 항공기 동체 윗부분이 화재로 전소돼 처참한 모습이다. 2025.1.29 사진=연합뉴스

국토부는 이날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와 관련해 양쪽 날개와 엔진은 손상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피해자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 직후 현지에 급파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가 이날 오전 5시55분부터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사고 항공기 양측 날개와 엔진은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 대응을 위해 세종청사에 중앙사고수습본부, 김해공항에 지역사고수습본부을 구성해 사고 수습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또 비상 탈출에 성공한 탑승객과 승무원 총 176명(탑승객 169명·승무원·정비사 7명) 가운데 110명은 자택으로 귀가했고, 65명은 호텔에 투숙 중이라고 전했다. 나머지 1명은 사고에 따른 경상자 3명 중 1명으로 현재 입원 치료 중이다.

국토부는 승객 보상과 관련해 에어부산이 삼성화재에 기체 및 승객 보험에 가입했고, 승객 상해 및 수하물에 대한 보상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 즉시 에어부산 측에 해당 탑승객 지원을 전담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구축·운영하도록 지시했고, 부산지방항공청에 탑승객의 피해지원을 위한 민원접수 창구를 개설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사고 직후 구조를 지시한 데 이어 29일 오전 10시30분께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방문해 수습 상황을 보고받았다.

박 장관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에 이어 항공기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피해자 지원 및 보상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