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제금액 14,900원 서비스업체 구글(GOOGLE)'
엊그제 문자메시지로 통보된 휴대전화 콘텐츠 이용료 고지서다. 광고 없이 유튜브를 볼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이런 유료 서비스를 이용한지도 벌써 수개월이 지났다.
'알고리즘'을 타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동영상을 보며 새벽까지 잠 못 이룬 날이 얼마나 많았던가.
불필요한 소비라는 생각에 '끊을까'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유튜브조차 없으면 무슨 재미야"
바야흐로 '유튜브' 전성시대다. 적어도 정치분야에선 그렇다. '유튜브발(發)' 소식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일부 유튜버들은 공당의 국회의원들까지 움직이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눈치껏 취향에 맞게 추천해 주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충성도 높은 열성 구독자를 양산하는데 일조했다. 손길이 닿는대로 닮은 듯 다른 영상에 대한 깊은 탐색을 거듭하다 보면 결국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급기야 어떤 사람들은 어딘가 어색하고 이상한 신념을 얻게 된다. 사실에 근거한 명백한 진실을 아무리 호소해도 그들은 이를 부정한다. 오로지 자신이 보고 들은 '그 것'만이 진실이어서다.
어쩌면 우리는 그래서, 오늘의 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렸는지도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유튜브에 빠져있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흘러 나왔다. '설마' 했던 이 말은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기정사실이 됐다. 윤 대통령은 체포되기 전 "유튜브를 통해 현장을 잘 보고 있다"며 인증도 했다.
'부정선거론'이 보수 극렬 지지자들 사이에서 그 어느때보다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법원의 판단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발표도 믿지 않는다. 부정선거를 저지른 세력과 모두 '한통 속'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까지 여기에 동조했으니 그들에게 부정선거는 이제 '절대적 진실'이 됐다.
유튜브를 즐겨 보는게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윤 대통령이 믿고 있는 '어떤 진실'이 특정 유튜버들의 의해 형성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가를 이끄는 대통령에게 어울리는 행동이 아니다.
비단 대통령 뿐일까. 이미 적지 않은 이들이 그 '늪'에 빠져 들었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현실로 세계관을 확장한 유튜브의 존재감을 확실히 증명한다.
윤 대통령이 체포되기 전까지 관저 앞에는 각자 저마다의 이유를 가진 이들이 모여 밤을 지샜다.
8년 전 겨울의 데자뷰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앞으로 다가올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수사 결과가 어떻든 이 팽팽한 줄다리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를 종결시킬 사람은 결국 정치인들이다. '편 가르기' 하라고 '국민의 대표'라는 타이틀을 달아준 게 아니다. 중심을 잘 잡고, 포용과 관용을 발휘해야 한다. 급격한 사회변화와 기술혁신, 불안한 정치 상황이 빚어낸 '부작용'에 무임승차하려는 궁리만 해서는 안된다.
유튜브 세계의 우리도 마찬가지다. 어느날 문득 '알 수 없는 알고리즘' 이 작동해 익숙하지도 않고, 관심 분야도 아닌 새로운 콘텐츠가 추천된다면, 편견 없이 한번 클릭해 보자. 미처 몰랐던, 애써 외면해 왔던 진실을 알게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