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2025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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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지난 13일 춘천 베어스호텔에서 간담회를 갖고 있다. (왼쪽부터 김화순 단편소설 당선자, 이수국 시 당선자, 박성희 동화 당선자, 포공연 동시 당선자, 서유진 희곡 당선자). 김남덕 기자

창간 80주년을 기념해 진행된 ‘202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가 단편소설, 시, 동화, 동시, 희곡 등 5개 부문에서 당선자를 새롭게 배출했다. 이들 당선자는 지난 13일 열린 ‘2025 강원문화예술인신년교례회 및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각급 기관·단체장과 도내 문화예술인들의 축하와 격려 속에 영예의 당선패를 품에 안았다. 시상식 현장에서 김화순(단편소설), 이수국(시), 서유진(희곡), 박성희(동화), 포공영(동시) 당선자를 만나 그들이 갖고 있는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언제부터 문학을 꿈꿨나

△김화순 단편소설 당선자=“중학교 1학년 때 담임 임영이 선생님을 보고 선생님을 닮고 싶어서…. 선생님은 국어 과목을 가르치고 계셨는데 수업 시간에 가끔 영화나 소설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당시 선생님은 처녀였습니다. 들녘 보리가 짙은 황금색으로 물들 즈음, 갑자기 엄마가 아프셨습니다. 의료보험도 없던 시절, 병원에 장기 입원한다는 건 생각지도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한 날, 학교에서는 농촌 일손돕기 행사로 보리 베기 행사를 했습니다. 당연히 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은 나를 따로 교무실로 불러서 왜 참여를 하지 않았는지 물었습니다. 엄마가 아파서라고 울먹이며 대답했습니다. 선생님은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나는 겁이 나서 계속 울었습니다. 울다 보니 눈물만 흐르는 게 아니었습니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훌쩍거리고 있는 나를 보신 선생님께서 휴지를 급히 찾으셨습니다. 모두가 어렵게 살던 시절 교무실이라고 휴지가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선생님은 폐지를 찾다가 여의치 않자 정장을 입은 소매로 나의 콧물을 닦아 주시면서 어디가 아프신지 물으셨습니다. 맹장이라고 하니까 “별거 아니야”하면서 맹장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 미안한 마음과 고마움을 어찌 잊을까요?”

△이수국 시 당선자= “시를 쓰기 전 그림을 그렸습니다. 인사동 갤러리에서 개인전도 열었고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두 번의 입선을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엄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절에 갔다 스님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귀가 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을 알게 되었고 생전에 엄마가 절에 열심히 다니셨던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반야심경과 금강경을 공부하게 되었고 법문을 이해하면서 시를 읽게 되었습니다. 시를 통해서 아픔을 치유 받을 수 있었고 삶의 유한성과 영원성에 대하여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고 시를 쓰면서 더 많은 문학을 읽게 되었고 암흑 같은 틀에 갇혀있던 내게 커다란 세계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포공영 동시 당선자=“일곱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힘들게 성장했습다. 어린 시절 마음을 기댈 곳 없었던 난 자연스레 책을 가까이 했고, 책 속에서 많은 위안을 얻었습니다. 초등학교 5,6학년 때는 글짓기 대회에서 종종 상을 받아 왔습니다. 그즈음 나도 작가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는 꿈을 지니게 됐습니다.”

△박성희 동화 당선자 =“초등학교 입학 후, 홍천군에서 매년 진행했던 ‘무궁화 백일장’이 첫 시작이었어요. 장원이란 걸 처음 받았거든요. 제가 쓴 글이 사람들에게 읽히고 다시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소통은 말로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글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 문학의 기쁨을 알게 되었어요.”

△서유진 희곡 당선자=“고등학교 때 작문선생님께서 제가 쓴 독서감상문을 친구들에게 자주 읽어주셨고 10년 뒤쯤 신춘문예에 제 이름이 나올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의 말 한마디와 그 뒤로 절 응원해준 분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자신의 문학관을 소개하면

△김화순=“관계의 문제라고 보고 싶습니다. 소설은 사람의 이야기이고 사람은 관계로부터 시작되니까요. 태고부터 전승되는 모든 이야기가 기존의 틀에서 새로움의 융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관계의 미학들을 언어로, 그림으로, 노래로, 춤으로 표현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수국=“문학이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알렙’이라 생각됩니다. 어둡고 좁은 지하에서 홀로 한곳을 향해 혼신의 마음으로 몰입하여 대상을 바라보면 홀연히 나타나는 ‘알렙’이라는 반짝이는 경이로움. 세상의 모든 것이 그 안에 있고 그 좁은 세계에서 겹쳐지지 않는 선명한 개별성 그것이 문학 아닐까요. 문학은 혼자서 발견하는 또 다른 세계입니다. 모두가 외면해도 패자의 아픔을 읽어내는 시선이며 그 안에서 빛을 발견하는 힘입니다. 가치 없음의 가치 있음을 발견하는 안목이며 그래서 늘 외롭고 고독하지만 결국은 외롭지 않는 온기입니다.”

△포공영=“문학이란 시·소설·동화·동시 등 장르를 불문하고 삶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라고 해서 어른들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닙니다. 어른들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현실을 아이들은 온몸으로 체득하며 살아갑니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 뿐입니다. 이에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을 있는 그대로 구현하여 이 세상에 미약하게나마 어떤 울림을 주고 싶었습니다.”

△박성희=“저는 동화를 쓸 때 항상 가족이 등장합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선택 없이 주어지는 첫 공동체니까요. 가족 때문에 행복하고, 슬프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다양한 모습을 담고 싶습니다.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만이 행복한 게 아니라 여러 형태가 있다는 사실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습니다. 어떤 형태의 가족이든 사랑만 있다면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서유진=“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제 글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곧 그럴 수 없다는 걸 자각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없지만 제 글이 조그마한 숨이라도 되어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그런 소망을 가지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습니다.”

2025년 강원특별자치도 문화예술인 신년교례회 및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3일 춘천 베어스호텔에서 김진태 도지사, 박진오 강원일보사장, 신경호 도 교육감, 박윤미 도의회 부의장, 이재한 강원예총 회장, 최찬호 (사)강원민예총 이사장, 육동한 춘천시장, 최문순 화천군수를 비롯한 도내 문화예술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남덕 기자

■가장 존경하는 작가와 작품은 무엇인가

△김화순=“가장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은 엄창석작가의 장편소설 ‘빨간 염소들의 거리’입니다. 질풍노도기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염소 무리를 비유했는데 오금이 저렸습니다.”

△이수국=“작년 가을 윤동주 문학관과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윤동주는 대학생었을 당시 독립운동에 연루되어 형무소에서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았고 다자이 오사무는 패전국의 젊은이로 연인과 동반자살을 했습니다. 불운한 시대를 살다간 두 젊은 작가를 나는 모두 존경합니다. 한국어 말살정책에 따라 암흑 같은 시기에도 ‘하늘과 바람과 시’라는 시를 썼던 윤동주 시인의 혼신을 다한 시들에 경외감을 느낍니다. 결국 사후에야 시집이 나온 윤동주와 ‘인간 실격’을 쓴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의 자살이라는 종말에 대하여 마음이 아픔니다.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젊은 일본인들에게 ‘무뢰파’ 문학이란 공감대를 형성했던 젊은 작가를 바라보며 그 어려운 시대에도 끊임없이 글을 쓰는 모습을 바라보며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여러 번 던져봅니다.”

△포공영=“어떤 작가의 글이든 저마다 개성과 철학이 담겨 있어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동시인들의 작품들은 왠만하면 한 번쯤은 다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은 김륭시인 입니다. 그의 동시들에는 독자의 허를 찌르는 상상력이 담겨 있습니다. 참고로 김륭 시인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내심 기뻤습니다.”

△박성희=“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은 ‘전은숙’ 동화 작가님입니다. 전은숙 작가님의 단편 묶음집 ‘살갗 괴물 이야기’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등장해요. 슬프고, 무섭고, 유머 넘치는 가족들이 등장하죠. 하지만 사랑이라는 공통 주제가 들어있어요. 어린이 독자뿐만 아니라 어른 독자들도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서유진=“극작가 오태석 선생님의 ‘천년의 수인’을 좋아합니다. 글이 써지지 않거나 연극에서 제가 멀어지는 느낌이 들면 항상 선생님의 희곡을 필사했습니다. 그럼 신기하게도 예전 강의시간에 느꼈던 감정들이 되살아나고 다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김화순=“직업과 관련된 소설, 자전적 소설(전문인)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은 장편소설, 신화(신화의 차용)가 외부세력과 융화 과정에서 오는 아픔과 이해를 담은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이수국=“이 질문에 대하여 어떤 답변도 드릴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시를 쓰면서 느낀 건 목표와 무관하게 시가 온다는 것입니다. 잠을 자다 혹은 새벽녘에 전철 안에서 느닷없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게 그런 경우 소위 좋다는 시가 나옵니다. 그러나 책상에 앉아 이런 시를 써야지 할 때는 한 줄도 건질 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써야 하는 것이 시라서 낙서랄까 초안이랄까 매일 무언가를 쓰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시가 오기를 기다리며 여러 시인들의 시집과 다양한 서적을 읽으며 틈틈이 영화와 그림 여행 등을 합니다.”

△포공영=“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삶의 본질을 추구하는 동시·동화들을 쓰고 싶습니다. 어린이 또는 어른으로 독자를 구분 짓지 않고 삶의 진실을 밝히고 보편적 진리를 추구함으로써 폭넓은 독자층을 만나고 싶습니다. 단 한 사람의 가슴이라도 깊이 울릴 수 있게 진정성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박성희=“SF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4차 산업 혁명이 시작되면서 우리 아이들은 AI나 로봇을 접하게 되겠지요. 아마도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날거라고 생각합니다. SF장르를 통해 아이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미래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서유진=“겉으로 보기엔 평범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평범한 삶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깊숙이 그것들을 들여다보며 삶에 대해 소중함을 작품 속에 담고 싶습니다.”

■신춘문예에 도전 할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당부의 말은

△김화순=“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글을 쓴다는 건 저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수국=“문화콘텐츠 모두를 즐기는 걸 추천합니다. 자신이 어떤 한 장르를 선택했다 해도 거기에 머물지 말고 다양한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찾아다니면서 즐겼으면 합니다. 결국 창작물은 많은 창작물을 접하고 그것들을 융합해서 나만의 새로움으로 재창조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신춘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더 넓고 큰 세계를 만나보길 바랍니다.”

△포공영=“신춘문예 등단이란 운과 실력이 맞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운이 닿지 않으면 안 되고, 운이 좋아도 실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등단을 한 후 작가로서의 생명력은 짧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자신만의 색깔과 실력을 갖추며 때를 기다리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당신의 글이 지닌 가치를 알아보게 될 것입니다.

△박성화=“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도 동화를 배우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어요. 지도 없이 목적지를 찾아가는 기분이었죠. 하루 종일 카페 창밖만 보다 오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만큼 막막했거든요.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더라고요. 포기하지 말고 자판을 두드리시길 바랍니다. 멀리서 응원할게요.

△서유진=“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꿈을 꾸고 그리는 것에 대해서 잠깐 멈출 순 있지만 포기는 하지 말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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