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의 한 신축 민간임대아파트에서 시행사와 시공사간 공사대금 분쟁으로 입주자들이 이삿짐도 옮기지 못한채 한파 속에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영하 13도의 한파가 몰아닥친 12일 오후 5시. 춘천시 동내면 학곡리 모아엘가 비스타 아파트단지 앞에는 이삿짐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시공사가 시행사에 공사대금 증액을 요구하며 아파트 입구를 가로막으면서 지난 10일부터 사흘째 입주예정자들이 이삿짐을 옮기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최모(52)씨는 이삿짐을 앞에 두고 발을 동동 굴렀다. 최씨는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 소식에 급히 휴가를 내고 이삿짐을 챙겨 아침 일찍 찾았는데 시공사가 아파트 열쇠를 가져가 이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입주 당일인데 내 집을 코앞에 두고 들어가지 못한 채 거리에 나앉아야 할 판”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꼭두새벽부터 이삿짐을 싸 들고 아파트를 찾은 50대 여성 안모씨는 “기존에 살던 집을 모두 정리해 입주를 하지 못하면 떠돌이 신세가 된다”면서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 소식을 들은 뒤로 걱정이 돼 잠도 못 이뤘다. 몸도 힘들지만 내집을 눈 앞에 두고도 이사를 못한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눈물 지었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모아엘가 비스타 아파트의 시공사와 시행사는 최근 추가 공사대금과 관련해 마찰을 빚고 있다. 시공사 측은 “시행사에 암발파, 마감 상향 등 별도 작업과 공사 기간 건축자재값 상승 등으로 추가 발생한 비용 315억원의 지급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치권 행사에 들어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시공사는 아파트 열쇠를 회수하고, 지난 10일 오전부터 출입구 절반을 바리케이트와 1톤 트럭으로 막아세운 뒤 사설 경비 인력을 배치하는 등 입주예정자들의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시행사 측은 “시공사와 최초 계약한 공사대금은 모두 지불한 상태”라며 “시공사 측에서 비용을 추가로 청구했으나 자세한 사유와 내역은 증명하지 않았다. 추가 지급을 요구한 315억 원이 적합한 금액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시공사와 시행사의 다툼에 힘없는 서민들만 엄동설한에 길거리로 쫓겨나는 피해를 입게 됐다.
시공사와 시행사, 춘천시, 입주예정자 단체 등은 지난 10일 문제해결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 입주예정자들은 최강 한파 속에 사흘째 추위에 떨고 있다. 시행사 측은 임시 방편으로 입주예정자 단체를 상대로 입주 지연 피해보상을 약속한 지불이행각서를 작성했다.
엄태현 모아엘가비스타아파트 입주예정자 대표는 “입주예정자들이 더이상 피해를 겪지 않도록 하루빨리 추가 공사대금 납부에 대한 합의점을 마련하는 등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