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가 최근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에서 ‘수행 중의 브레인 상태’를 주제로 인문학 특강을 열었다.
월정사 만월선원, 상원사 청량선원, 북대 상왕선원, 지장암 기린선원의 수좌스님들과 사부대중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특강에서 박 박사는 깨달음을 향한 수행의 과정을 뇌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 박사는 “현대 의학과 심리학의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뇌와 의식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여전히 멀다”고 밝혔다. 그는 인간의 뇌가 수행과 깨달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이를 세 가지 핵심 개념인 ‘탐색·시행착오 학습·생각’으로 정리했다.

박 박사는 무척추동물에서 척추동물로의 진화 과정을 통해 생존을 위한 ‘탐색’의 기제가 형성되었음을 언급하며, 탐색은 이동과 방향성을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생존을 위해 반복적인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에 도달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이러한 과정이 우리의 의식과 뇌 기제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시행착오 자체가 아니라 시행착오를 통해 보상을 예측하는 학습이 인간의 진화를 가능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즉, 즉각적 보상이 아닌 보상 예측의 기제가 인류의 발전과 궁극적인 깨달음을 향한 수행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 우리의 의식이 외부 세계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뇌의 선행 학습과 경험에 의해 왜곡된 의미를 투사한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뇌의 인식 체계를 통해 해석된 결과일 뿐”이라는 설명은 많은 청중들에게 새로운 통찰을 전달했다. 그는 이를 불교 용어로 ‘연기, 무아, 공’과 연결 지으며, 존재란 관계를 통해서만 정의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강의를 마무리하며 그는 깨달음을 “존재는 관계의 그림자임을 인식하는 과정”으로 정의하며, 진정한 수행이란 상호작용하는 자신과 관계를 이해하고 고정되지 않은 존재로 자신을 바라보는 ‘정견’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