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우리들의 ‘나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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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겨울, 춘천 명동 입구에서 학생들이 구세군 자선냄비에 성금을 넣고 있다. 강원일보 DB

6.25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극도의 빈곤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있었다. 전쟁으로 인해 전국이 초토화되고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생존 자체가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우리 사회는 나눔이라는 연대를 통해 공동체를 재건하고, 국가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우리 나눔의 역사는 단순히 자선과 기부의 차원을 넘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1950년대 : 국제사회와의 연대

전쟁 직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대한민국에 대규모의 구호 물자와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다. 여러 국가에서 병원선을 보내 전쟁 부상자와 환자를 치료했고, 유엔 산하의 아동구호기관인 유니세프(unicef)와 국제적십자사와 같은 기관들은 어린이들에게 우유와 빵을 나눠 주며 희망을 전했다. 이 시기, 우리 국민들도 자생적인 나눔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종교단체와 민간단체들이 배고픈 이웃을 돕기 위한 배급과 식량 지원 활동을 전개하며 전후 사회에 나눔의 씨앗을 심는 계기가 되었다.

◇1960~70년대 : 경제성장과 나눔의 확대

1960~70년대 경제개발계획이 진행되면서 대한민국은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게 된다. 이 시기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나눔의 형태도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1969년에 설립된 대한적십자사 헌혈운동(초기 명칭은 ‘피 주는 운동’)은 국가 차원의 기부문화가 정착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또 1970년 4월 ‘새마을가꾸기운동’에서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단순히 물질적 나눔을 넘어, 마을 단위의 협력과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며 나눔의 역사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이 시기 구세군(救世軍)은 국내에서 적극적인 활동으로 나눔과 자선의 가치를 전파에 앞장섰다. 추운 겨울철마다 등장하는 구세군 자선냄비는 국민들에게 나눔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며 꾸준히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활동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나눔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 시민사회와 기부문화의 성장

1980년대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시민사회가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나눔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는 모두에게 큰 생채기를 남겼지만 우리 국민의 연대 의식 수준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기업들은 잉여금을 국가에 반납했고, 국민들은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이러한 경험은 개인과 단체의 자발적 기부 문화로 이어졌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설립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는 전국적인 기부 운동을 체계화했다. 사랑의 열매는 기업과 개인 기부자를 연결하고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기부금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한국의 대표적인 나눔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매년 연말에 진행되는 희망나눔 캠페인은 많은 국민이 나눔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며 나눔의 가치를 확산시켰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온라인 플랫폼과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나눔 운동이 본격화되었다. ‘해피빈’과 같은 기부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누구나 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고, 이는 나눔의 대중화를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나눔의 확산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은 나눔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어려움 속에서도 개인과 기업, 단체들이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기부하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특히, 의료진을 위한 ‘덕분에 챌린지’는 사회적 나눔의 중요성을 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한 사례로 꼽힌다.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사회적 연대와 나눔을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현대 대한민국의 나눔은 단순한 기부와 자선을 넘어 지속 가능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며, 기업의 나눔이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도록 변모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은 자원봉사를 통한 비물질적 나눔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나눔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1980년 구세군이 영세민들에게 밀가루를 전달하고 있다. 강원일보 DB

이처럼 우리 나눔의 역사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시작되어 경제 성장과 민주화, 그리고 위기 극복의 순간마다 공동체의 힘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오늘날 우리의 나눔은 단순한 시혜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으로 자리 잡았고, 세대와 국경을 넘어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있다. 앞으로도 나눔은 더 나은 미래를 여는 열쇠의 역할을 하며 우리 사회를 더욱 따뜻하고 강하게 만드는 원천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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