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극장가에는 잠시 시민들의 숨통을 틔울 영화들이 찾아온다. 100년 전 영국의 실화를 담은 ‘X를 담아, 당신에게’가 베일을 벗는다. 버려진 갓난아기의 부모를 찾는 여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과 시한부 소녀의 삶과 사랑을 담은 영화 ‘나우 이즈 굿’도 재개봉해 관객들을 만난다.

■X를 담아, 당신에게=영국의 작은 해안 마을 리틀 햄튼. 어느 날 독신 여성 ‘이디스’ 앞으로 욕설 편지가 도착한다.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로 가득한 익명의 편지로 온 마을이 발칵 뒤집히고, 이 편지 테러 사건은 곧 영국 전역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다. 사람들의 오해가 쌓이며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유력한 용의자로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 ‘로즈’가 떠오른다.
과연 이 문제의 발신자는 ‘로즈’일까, 아니면 그저 가벼운 장난을 치고 싶던 다른 누군가일까?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는 1920년대 영국을 뒤흔든 욕설 편지 테러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짐짓 유쾌한 표정으로 욕설 편지의 범인을 찾아나서지만, 그 안에는 당시 사회의 폐쇄성과 이주민에 대한 배타성이 짙게 배어 있다. 우스꽝스럽고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수사를 펼치는 경찰과, 로즈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는 마을 사람들. 영화는 주민들의 오해와 의심이 벗겨지는 과정을 따라 유려하게 펼쳐지는 블랙 코미디로 편견과 차별의 시선에 갇힌 우리 사회에도 질문을 던진다. 15세 관람가. 100분.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까칠한 아저씨 긴과 여자를 꿈꾸는 남자 하나, 십대 가출 소녀 미유키는 하루하루 대충 살아가는 홈리스들이다.
흰 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도 언제나처럼 쓰레기를 뒤지던 그들은 버려진 갓난아기를 발견한다.
아이에게 ‘키요코’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며 졸지에 대부가 된 세 사람. 키요코가 하늘이 보내준 천사라 생각해 아기 천사에게 따뜻한 집을 찾아주겠다는 불타는 사명감으로 길을 나서는데... 과연 긴과 하나, 미유키는 키요코를 무사히 부모 품에 안겨줄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날 밤, 도쿄 뒷골목의 홈리스 3인방에게 마법 같은 기적이 일어난다!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고(故) 곤 사토시 감독이 만든 작품 중 가장 따뜻한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꼽히는 영화는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돌아왔다.
제 몸 하나 돌보기 버거운 세상, 누울 곳과 먹을 것을 양보하며 새 생명을 보듬는 인물들의 모습이 몸과 마음이 추운 연말에 온기를 더한다. 12세 관람가. 91분.

■나우 이즈 굿=물건 훔치기, 법 어기기, 석양과 일출 바라보기, 스키 타고 산을 내려오기, 유명해지기... 백혈병 시한부 판정을 받은 10대 소녀 ‘테사’는 항암 치료를 중단하고, 죽기 전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한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다.
절친 ‘조이’와 함께 리스트를 하나하나 실행해 나가며 시한부 소녀가 아닌 문제아 소녀가 되어 가는 테사. 그러던 어느 날 옆집으로 이사 온 소년 ‘아담’을 만나 삶의 마지막 앞에서 인생 처음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사람의 사랑이 커질수록 희미해지는 테사의 숨.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기억이 있는 아담 역시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이 반복될 위기에 놓이자 혼란스러워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원망스럽다가도, 주인공들은 남은 시간을 온전히 사랑하겠노라 다짐한다.
낙관적이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고, 절망만 하기보다는 매 순간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테사와 그녀의 곁을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아담. 생의 한계가 막지 못한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15세 관람가. 10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