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칭찬에 인색한 이유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우리는 칭찬보다는 비판이나 질책에 익숙해 있다. 더구나 칭찬을 하면 권위가 실추되거나 아랫사람이 만만하게 본다고 생각하여 비판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하는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자존감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작은 일에도 칭찬을 주고받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누군가를 비난하고 화를 내기는 쉬운데 칭찬하기 어려운 것은 칭찬에는 우선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단점을 파악하여 비판하고 야단치는 것은 바로 할 수 있지만 칭찬이나 격려는 해당 사항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이를 적절히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는 칭찬이 익숙지 않아서다. 칭찬을 받아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어떻게 칭찬해야 할지 모르고 칭찬을 하면 아부한다고 오해하거나 곱게 받아주지도 않는다. 어릴 때는 학교에서 상을 받기도 하고 그런대로 칭찬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성장함에 따라 그 빈도가 감소하고 성인에게는 기회가 거의 없다. 따라서 칭찬하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또는 평가하는 것으로 오해나 하지 않을지 역효과가 생길까 불안해하고 칭찬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자신감도 부족하다. 어쩌다가 배우자에게 칭찬을 하면 무슨 잘못을 감추려는 시도가 아닌지, 왜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 의심받기도 한다.

셋째는 마음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성과 위주로 평가되는 직장에서는 업무 추진에도 바쁜데 누가 누구를 칭찬할 여유가 없다. 긴장과 불안, 피해의식과 분노가 쌓여 있는데 상대방을 칭찬할 새가 없다. 칭찬하다 보면 자신은 위축되고 능력이 부족한 듯 느껴질 수도 있다. 상황에 맞지 않거나 지나가는 말로 하거나 무성의한 인스턴트 칭찬은 그리 달가워하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의 언행에서는 칭찬할 부분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너무 많다. 그래도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칭찬이다. 가족들에게는 흔히 칭찬보다는 잔소리가 먼저 나오기 때문에 칭찬하는 경우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도 기분이 좋다. 칭찬을 통해 긍정적 감정을 느끼면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억제되고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이 나온다. 우리가 칭찬을 반기는 이유는 칭찬을 통해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칭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어야 하고 그 관심은 상대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 이와 더불어 칭찬이 구체적이지 않고 두루뭉술하면 사실은 잘못하고 있는데 달래주려는 것으로 불신하여 자존감이 저하될 우려도 있다. 때로는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하는 칭찬은 무슨 이익을 취하려는 목적이 아니기에 더 진실하게 느껴져 위력적일 수도 있다. 성장 과정에서 칭찬을 경험해본 적이 없거나 냉정한 기질을 갖고 있어 칭찬에 어색하더라도 연습을 계속하면 자연스럽게 칭찬을 주고받는 때가 올 것이다. 진심 어린 칭찬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인간관계에서 유대감을 갖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며, 특히 가족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야단칠 때 말을 아끼고 칭찬은 바로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우리는 반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더 많다. 비판은 잠깐의 후련함과 긴 상처를 남기는 데 비해서, 칭찬과 격려는 언제나 우리를 위로와 사랑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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